동중국해를 무대로 미국ㆍ일본ㆍ인도와 중국 측의 해상 갈등이 긴박하게 고조되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대치전선이 북상하면서 일본은 미국, 인도와 공개적인 연합훈련을 통해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자 중국이 미일이 내세워 온 ‘항행의 자유’ 명분을 역이용해 일본영해를 통과하거나 인도함정을 추적하는 해상시위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일본 정부 당국에 따르면 중국해군 정보수집함이 15일 오전3시30분께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 구치노에라부지마(口永良部島) 서쪽으로 진입했다. 중국 측은 해상자위대 P3C초계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1시간 반동안 일본 영해를 관통하는 강수를 뒀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은 “중국이 상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중국 국방부는 자국 선박의 이동은 “항행의 자유원칙에 부합한다”고 맞섰다.
앞서 중국해군 프리깃함 1척이 9일 0시50분쯤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구바지마(久場島ㆍ중국명 황웨이위) 북동쪽에 접근해 일본을 자극했다. 당시 군함은 일본의 접속수역(연안서 22∼44㎞구간)에서 2시간20분 가량 항해했는데, 국제법 위반은 아니지만 중국 군함이 진입한 첫 번째 사례라서 일본 정부는 새벽 2시에 주일 중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외교 조치를 취했다.
중국의 무력 시위는 10∼17일 일정으로 일본 해상자위대가 동참한 가운데 실시되는 미국ㆍ인도 양국 해군의 ‘말라바르(Malabar) 훈련’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훈련지인 규슈(九州) 남부와 오키나와(沖繩) 동쪽 해상에 걸친 해역은 중국 해군이 태평양으로 나갈 때 거치는 길목이다. 일본 방위성은 특히 중국 정보수집함이 15일 가고시마 해역을 관통할 당시 근처에 말라바르에 참가중인 인도해군 함정 2척이 항해 중이었다는 점으로 미뤄 중국 측이 인도해군을 추적하며 군사정보수집 역할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실제 미국과 일본에 밀착하고 있는 인도를 공개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16일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 250여명이 지난 9일 중국과 인도의 영유권 갈등 지역인 인도 북동부 아루나찰프라데시주(州)를 침범해 3시간 동안 무력 시위를 벌였다. 산케이는 “중국군의 행보는 이례적인 일로 인도가 미일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도발이 심각해지자 미국은 말라바르 훈련에 참가중인 원자력 항공모함 존C.스테니스호를 15일 오후 전격 공개했다. 미군 FA-18 전투기와 E-2C 조기경보기 등이 스테니스호에서 이착륙하는 장면은 물론 해상자위대 호위함과 인도해군 함정이 작전을 펼치는 모습도 소개됐다. 훈련 공개는 3국 공조를 부각하며 중국의 잇따른 무력시위를 다시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일본 언론은 해석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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