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가로막힌 박태환(27)의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는 결국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단에 맡겨졌다.
박태환의 소속사인 팀지엠피는 16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대한체육회 이사회 결과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응 방안을 밝혔다. 체육회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이사회를 개최해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개정하지 않기로 했다.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 불가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박태환 측은 우선 “체육회의 선처를 기대했지만 이제 더는 매달릴 수 없어 CAS에 중재 심리를 시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자격 정지를 받고 지난 3월 징계에서 풀렸다. 이어 4월 리우올림픽 경영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4종목에 출전해 모두 올림픽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그러나 도핑 규정 위반으로 경기단체에서 징계를 받은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체육회 규정 때문에 리우올림픽에는 나갈 수 없다. 이에 박태환 측은 4월 26일 CAS에 중재를 신청하고 나서 일시 보류 요청을 해놓은 상태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팀지엠피 대표인 박태환의 부친 박인호 씨와 법률대리인 임성우(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박태환은 현재 호주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박인호씨는 “도핑의 중요성을 충분히 안다. 하지만 박태환은 국제 규율에 따라 이미 징계를 받았다. 한 선수를 희생양으로 삼아 도핑 중요성을 강조하려 하는 것은 도가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라며 “스위스 로잔에서 FINA 징계 결과가 나왔을 때 함께 참석했던 대한수영연맹 회장도 ‘올림픽에는 출전할 수 있게 됐으니 훈련만 열심히 하라’고 했다. 하지만 수영연맹이 체육회 관리단체가 되면서 우리로서는 대화 채널이 없어졌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올림픽 기준 기록까지 통과했으나 결국 규정 개정은 없다는 얘기만 듣게 됐다”고 그 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올림픽에 나가도 메달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 CAS에 제소하면서까지 대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선수를 ‘약물쟁이’로 만들어서 불명예스럽게 평생을 살아가게 하는 게 옳은 일인가. 이건 메달이 아니라 선수 명예의 문제다”라고 말하며 감정이 복받치는 듯 눈물을 보였다.
박태환 측은 CAS 판결을 낙관하고 있다.
임성우 변호사는 “오늘 바로 심리를 요청했으니 곧 일정이 잡히고 청문회에서 양측의 주장을 들으면 올림픽 엔트리 제출 마감일(7월18일) 이전에 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AS 판결의 구속력이 없어 체육회가 지킬 의무가 없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소리다. CAS 판결은 우리나라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전문적 지식이 부족해서 하는 말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만일 체육회가 CAS의 판결을 따르지 않거나 지연시킬 경우 등에 대비해 한국 법원에 가처분 신청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법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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