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발음을 놓고 원어민 사회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단어는 nuclear다. 여러 명의 대통령부터 사회 지도층 다수가 엉뚱하게 발음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아들 부시 대통령이 nuclear라는 발음을 잘못하여 초등학생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조롱 받았고 그래서 그 발음이 사회적 정치적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미국의 전통적 권위 사전 메리엄 웹스터 사전이나 영국의 옥스포드 사전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하도 많아 귀찮을 정도라고 하는데, 단순하게 어학적 관점이 아니라 과학자나 교수 지식인들 중에도 엉터리로 발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우선 nuclear의 발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뉴-큘러’라는 엉터리 발음이다. 이는 마치 'circular'나 'spectacular', ‘molecular’에서 보이는 '-cular'의 발음과 동일시하는 오류다. Nuclear의 발음은 '뉴-클리어'로 해야 옳은데 대충 발음하다 보니 지식층 원어민들 사이에서도 오류가 잦다. 2차 대전 이후 이 오류는 원어민들의 가장 큰 발음 오류로 기록되었고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소해 보이는 이 발음이 이슈가 된 것은 미국의 역대 대통령도 똑같은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다.
미국 육군 원수까지 지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나 미국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과학자 에드워드 텔러도 nukular(뉴큘러)로 발음했다. 특히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중년에 이 단어를 알았기 때문에 '핵'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을 것이고 그래서 발음이 어설펐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아들 부시 대통령의 발음 오류는 무지의 소치라는 지적이 많았고 교사들은 부시의 발음을 수업 시간에 단골 메뉴로 뽑아 오류로 인용했다. 게다가 대학에서 핵물리학을 공부한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 대통령 그리고 월터 먼데일 부통령도 '뉴-큘러'식으로 발음했기 때문에 대중은 더더욱 헷갈렸던 것이다. 영화나 소설에서도 이 발음을 '뉴-클리어'가 아니라 ‘뉴-큘러'로 하는 사례가 있었고 그 때마다 언론이 질타하고 엉터리 발음의 사례로 교사들이 지적해왔다.
시중의 엉터리 발음을 소리 나는 대로 적어 보면 nukular, nukeer, nucular가 된다. 이 발음의 오류를 놓고 '미래 대통령의 물리학'이라는 저서에서 뮬러 교수는 '이 발음은 2차 대전 후 nuke(핵)라는 단어와 형용사형 어미 -ular를 덧붙인 것이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했지만 언어학자들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0년 러시아와 신무기 협정 때 여러 차례 '뉴클리어'라고 제대로 발음하자 그 동안 미국과 핵무기 협상에서 미국 지도부의 '뉴큘러' 발음만 들어 본 러시아에서 이 새로운 발음을 새로운 안건의 신호탄으로 해석했다는 우스개 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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