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즈키 이치로/사진=이치로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스즈키 이치로(43ㆍ마이애미) 때문에 요즘 애간장이 녹는 한 사람이 있다. 영원한 안타왕으로 군림할 것만 같았던 피트 로즈(75)다.
올 시즌 회춘한 이치로는 16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원정 경기에서 5타수 2안타(마이애미 3-6 패)를 기록했다. 올스타 휴식기 전에 44개(55경기)를 추가하며 미일 통산 4,257안타를 작성했다. 일본에서 9년간 1,278개를 때렸던 이치로는 지난 2001년 미국으로 건너와 2,979안타를 더했다. 이날 바람 앞의 등불이던 로즈 기록(4,256안타)이 마침내 깨지고 말았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미일 통산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로즈의 심기는 불편하기만 하다. 일본이 세계의 안타왕이라며 연일 이치로를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로즈는 최근 USA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치로의 위업에 대해 뭐라고 할 생각은 없지만 그런 식이면 그 다음 그들이 할 짓은 이치로의 고교 시절 안타까지 합산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고 불만을 토해냈다. 일본 야구가 메이저리그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 절하한 로즈는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하고 일본으로 가서 성공한 선수가 얼마나 많은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소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나 이치로가 깨지지 않을 것 같던 로즈의 프로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넘어섰다는 자체만으로 의미를 부여 받는다. 그러나 1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최다 안타 기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최근 이치로로 인해 앞으로 100년이 지나도 깨지지 않을 영원불멸의 야구 기록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매년 최고의 투수들이 꿈꾸는 목표는 사이영상이다. 사이 영이라는 투수의 기리는 상으로 사이 영은 1890년부터 1911년까지 22년간 빅리그에서 뛰며 511승(316패 평균자책점 2.63)을 거뒀다. 역시 그 누구도 범접 못한 역대 2위 월터 존슨(417승)보다 94승이나 많다. 사이 영의 기록을 깨려면 20승을 25년 동안 해야 한다. 투수가 20살에 데뷔해 45살까지 부상 없이 꾸준히 20승을 거두기란 불가능하다. 2010년 이후 6년간 20승은 총 16번으로 한해 평균 2.66명에 불과했단 점을 감안하면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다.
사이 영이 남긴 유산은 승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무쇠팔 사이 영은 완투 경기에서 기념비적인 숫자를 아로새겼다. 무려 749경기나 완투를 했는데 이는 38번으로 현역 1위인 C.C. 사바시아(36ㆍ뉴욕양키스)의 약 20배에 이른다. 이 부문 상위 20명은 전원 1800년대 출생자다. 21위 워런 스판(382경기 완투)에 이르러서야 1900년대(1921년 출생) 출생자를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투수의 역할이 갈수록 분업화되는 현재 야구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기록으로 인식된다.
타자 쪽에서는 1930년 당시 시카고 컵스 소속이던 핵 윌슨이 세운 단일 시즌 최다 타점(191개) 기록이 86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현대 시대에 이르러 윌슨에 가장 근접했던 타자가 지난 1999년 매니 라미레스(44)로 26타점이 모자란 165타점을 마크했다. 윌슨의 기록이 깨지기 위해서는 타점을 매 경기 하나 이상씩 기본으로 해줘야 한다. 산술적으로는 경기당 1.19개의 타점이 필요하다. 타점은 안타와 달리 본인의 실력과 의지만으로 되는 분야가 아니어서 더욱 힘들다는 분석이다.
조 디마지오의 56경기 연속 안타 기록도 영원불멸의 영역이다. 오로지 디마지오였기에 가능했던 것이 그는 마이너리그 시절 샌프란시스코 실스에서 이미 61경기 연속 안타를 쳐본 경험이 있었다. 빅리그 역대 40경기 이상 연속 안타를 때려낸 선수는 총 6명이 존재하고 가장 최근의 경우는 2005~06시즌에 걸쳐 지미 롤린스(38)가 작성한 38경기다. 그만큼 꾸준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4,000개가 넘는 안타를 쏟아낸 로즈조차 1978년 44경기(역대 3위)가 최다였다.
이밖에 번외로 67년간 한 팀에서만 중계를 한 빈 스컬리가 있다. 또 역대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절대 깨지지 않을 대업적으로는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남자 5,000mㆍ10,000mㆍ마라톤을 동시에 석권한 체코의 육상영웅 에밀 자토펙을 빼놓을 수 없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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