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면허 빌려 요양급여 수십억 챙긴 ‘사무장 약국’ 업주

10년간 약국을 운영할 여력이 없는 약사들로부터 면허를 빌려 수십억원의 요양급여를 챙긴 ‘사무장 약국’ 업주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사무장 행세를 하며 약국을 운영한 채모(67)씨를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채씨에게 면허를 빌려준 김모(37ㆍ여)씨 등 약사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채씨는 2006년 11월부터 이달 초까지 서울 종로5가에서 김씨 등에게 빌린 약사 면허로 약국 2곳을 운영했다. 채씨는 약국을 개업할 형편이 안 되는 젊은 약사나 고령의 부부 약사 등에게 매달 면허 대여비 350만원을 지급했고, 또 다른 대리 약사를 고용해 조제를 맡겼다.

채씨는 이런 식으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명목 64억원을 청구해 57억원을 받아 챙겼고,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판매까지 합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경찰은 추산했다.

조사 결과 채씨는 올해 3월 의사가 처방하지 않은 약품을 팔았다가 건강보험공단의 실사를 받게 되자 약국을 폐업하고 근처 약국으로 옮겨 최근까지 운영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불법으로 거둬들인 요양급여비가 환수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공단에 수사 결과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