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체제 3개월을 맞는 LG전자 두 대표이사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내 가전부문을 책임지는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와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MC(Mobile Communications)사업본부의 표정은 사뭇 대조적이다.
지난 1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HA 사업본부는 성수기를 맞아 2분기에도 승승장구 중이다. 반면 MC 사업본부는 프리미엄 전략스마트폰 G5의 판매 기대치가 예상보다 높지 않아 2분기도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G전자는 지난 3월 조성진 HA 사업본부장과 조준호 MC 사업본부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정도현 사장과 3인 체제를 출범했다. 사업을 책임지는 사업본부장이 스스로 대표이사로서 책임경영 펼치라는 취지였다.
조성진 사장은 LG전자 최초의 고졸 사장으로 주목 받았다. 1976년 LG그룹(당시 금성사)에 발을 들여놓은 뒤 2013년 1월 HA사업본부장에 오르며 샐러리맨 신화를 썼다. 조 사장은 듀얼 분사 스팀 세탁기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LG전자 세탁기를 세계 1위에 올려놨다. 30여년 간 세탁기 분야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져오면서 '미스터 세탁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조 사장이 이끄는 LG전자 HA사업본부는 지난 1분기 4,078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대성공을 거뒀다. 2분기 실적 전망도 밝다. 백색가전 성수기를 맞아 예상대로 탄탄한 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사업본부의 미래를 걸고 추진 중인 프리미엄 브랜드 사업 '시그니처' 역시 기대 이상으로 순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투자 김록호 연구원은 "15년 하반기부터 프리미엄 제품군 수요 호조로 인한 양호한 수익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에어컨 성수기효과가 더해질 것으로 본다"며 2분기 HA 사업본부 영업이익 수준을 4,659억원으로 예측했다. 1분기보다 14%, 지난해 2분기보다 60% 증가한 수준이다.
반면 2014년 말 MC사업본부 수장에 오른 조준호 사장은 4분기 연속으로 쓴맛을 다실 위기에 처했다. 조준호 사장은 2000년대 LG전자 휴대폰을 세계 1위로 이끌었던 '초콜릿폰 신화'를 쓴 인물로 유명하다.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났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G5 개발에 전력을 다했다. 지난 1분기에 MC사업본부는 2,022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3분기 연속 적자다. 그래도 1분기에는 적절한 '핑계'가 있었다. G5가 3월말 출시돼 실적반영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마케팅비가 선집행됐었기 때문이다. G5가 출시 초기 업계의 호평을 받으며 LG전자 역시 2분기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했지만 상승세가 꺾여 적신호가 켜졌다. 김록호 연구원은 "G5의 수율 문제로 초도 소비를 충족하지 못했던 것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2분기 판매량을 300만대에서 25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1,299억원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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