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시리아 난민 수백만 명을 받아들인 건 터키의 오랜 숙원인 유럽연합(EU) 가입을 달성하기 위한 승부수였다. 터키의 EU 가입은 정치ㆍ경제적으로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터키는 유럽 내 두 번째 인구대국에 걸 맞는 발언권을 유럽의회에서 확보해 EU 경제정책을 터키에 유리한 방식으로 바꿔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으로 EU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EU는 권위주의 정부의 인권탄압과 이슬람 문명의 유입 등을 우려하며 10년째 EU 가입을 거부해왔다.
하지만 최근 EU가 마음을 바꿨다. 지난해 시리아 난민 수백만 명이 유럽으로 몰려들자 터키의 도움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런 기회를 이용해 지난해 11월 EU-터키 정상회담에서 터키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재개키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유럽 내 솅겐조약(EU 회원국 간 국경 개방 조약) 가입국에 대한 터키 국민들의 무비자 입국도 합의에 포함됐다.
다만 터키의 EU 가입에는 아직도 난제들이 남아있다. EU는 터키에 테러방지법을 유럽 기준에 맞게 개정할 것과 인권 보호를 위한 사법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EU는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에 반대하는 언론인과 정치세력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테러방지법을 이용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르드노동당(PKK) 등과 내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테러방지법 개정은 불가하다고 버티고 있다. 이에 따라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EU와 터키 간 대립이 격화하면서 비자면제 이행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EU가 비자 면제를 보류할 경우 난민협정 역시 무효가 될 것이라며 연계카드를 들고 나와 협상의 변곡점에 도달한 형국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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