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로 결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워싱턴DC 경선이 치러진 14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 캐피털 호텔에서 만났지만 끝내 후보 단일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회동에 앞서 샌더스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계속 열심히 싸우겠다”며 클린턴 지지선언을 거부했다.
이날 민주당의 마지막 경선인 워싱턴DC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은 승리를 거둬 대의원 16명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에 따라 회동 직후 샌더스 의원이 경선 중지와 클린턴 후보 지지선언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증폭됐다. 하지만 두 후보 캠프측은 90분 간 진행된 회동에 대해 “긍정적인 대화가 오갔다”며 말을 아끼면서 샌더스 의원측이 입장을 바꾸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등은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이 트럼프 저지를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점, 양측이 최저임금 인상과 대학 등록금 인하 등 여러 진보적인 이슈들에 대해 공감을 확인한 점을 들어 후보 단일화가 그리 멀지 않음을 시사했다. NYT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지지자 중 28%가 내달 전당대회에서 클린턴이 후보로 확정되어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며 “이러한 표심을 지렛대로 삼아 샌더스 후보가 자신의 진보적 정책들을 최대한 많이 클린턴 후보의 공약집에 집어 넣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제압을 위해 여전히 한 표가 아쉬운 클린턴 전 장관과 민주당의 ‘좌클릭’을 원하는 샌더스 의원이 조만간 절충점을 찾는다면 샌더스의 경선포기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이날 민주당 상원의원 오찬 모임에 참여한 샌더스 의원은 경선 레이스와 관련해 동료의원들에게 별다른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존 테스터(몬태나) 의원은 “샌더스 의원은 경선 결과와 관계없이 11월 대선에서 민주당을 위해 헌신할 것이란 의사를 분명히했다”며 “그의 (클린턴 지지여부 등)향후 계획이 궁금한 만큼 모든 참석 의원이 귀를 기울였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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