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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싸움닭’ 이재명의 단식

입력
2016.06.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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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성남시장은 공장 노동자에서 시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지독한 가난으로 열세 살에 노동자가 됐고 작업 중 프레스에 손목이 끼어 골절상을 입었다. 그의 왼팔은 지금도 구부러져 있다. 고입과 대입을 모두 검정고시로 통과했고 중앙대 법학과에 입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판ㆍ검사를 포기하고 노동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다가 정치에 뛰어들었다. 파격적 정책과 도발적으로까지 보이는 언행은 그의 굴곡진 삶과 무관하지 않다.

▦ 이 시장은 진보진영에서 ‘전사(戰士)’ ‘싸움닭’으로 불린다. 사회적 이슈에는 빠지지 않고 선명성을 드러낸다. 때론 정치적 반대파에 전투적 언어를 구사해 거센 비난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는 자기 의제를 강하고 단호하게 밀어 붙여야 승산이 있다고 믿는다. 청년수당, 공공 산후조리원, 무상교복 등의 이슈를 내놓으면서 복지정책의 상징적 존재로 부각됐다. 그의 저서 제목처럼 “꼬리를 잡아 몸통을 흔든다”는 논쟁적 도전으로 기초단체장에 불과하면서도 중앙권력과 대등하게 맞서는 인물이 됐다. 포퓰리즘으로 매도된 청년수당은 결국 정부 정책으로 수용됐다.

▦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9일째를 맞은 이 시장의 단식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발한 농성이지만 지방자치 분권운동으로 확대될 조짐마저 보인다. 개편안은 도세를 시ㆍ군에 교부금으로 배분할 때 재정이 열악한 곳에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일견 그럴듯한 발상이지만 밑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게 문제다. 누리과정 예산 논쟁에서 보듯 정부가 국가의 책무를 다하지 않고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 간의 갈등 조장에 앞장선다는 비판이 나오는 주된 이유다.

▦ 이 시장의 천막 농성장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야권 인사들과 지자체장들의 격려 방문이 줄을 잇는다. 지난 주말에는 이 시장의 단식을 지지하기 위해 수만 명의 시민이 모여 문화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파장이 커지자 정부는 이 시장의 지난 2년6개월 간 개인일정 제출을 요구하며 꼼수 압박에 나섰다. 중앙 정부의 권력 독점을 지방 정부로 분산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의 중요한 과제다. 이번 기회에 지방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시장의 싸움이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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