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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으로 실업 극복하려해도… 척박한 환경에 ‘데스 밸리’ 못 버티고 도산

입력
2016.06.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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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빈약한 산업 생태계

수도권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줄곧 정보기술(IT) 업체에 종사하던 신모(36)씨는 2014년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를 차렸다. 신씨는 해외 최신 기술과 동향을 꾸준히 공부한 덕분에 사설 IT 교육업체의 강사로 불려 다닐 만큼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때 마침 응모했던 한 지자체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그러나 창업은 쉽지 않았다. 출시한 스마트폰용 앱이 외면을 받으며 첫 시련을 맞았다. 무명인 그를 알아보고 일감을 선뜻 맡기는 업체도 없었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모아놓은 종자돈과 창업 지원금이 바닥나자 그는 한 명 남은 직원에게 월급을 주기 위해 다시 학원 강의를 나가야 했다. 이 같은 생활이 2년 넘게 지속된 뒤 그는 결국 사업을 접었다. 최근 신씨는 해외 IT 프로젝트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 신씨는 “실력 있는 IT 개발자나 업체가 제대로 대우를 못 받는 업계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한계 산업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쏟아져 나올 경우 이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창업도 그 중 하나다. 정부도 창업 관련 예산으로 올해 1조5,00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자생력을 갖춘 창업 기업이 많지 않다. 국가를 먹여 살리던 기업이 쓰러졌을 때도 창업을 활성화해 위기를 극복한 스웨덴이나 핀란드와 달리 국내는 창업을 둘러싼 생태계가 너무 척박하다.

우선 국민들이 창업을 선호하지 않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성인 남녀 81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창업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자가 60.7%로 2년 전 보다 5.1%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자녀의 창업에 반대하는 부모가 여전히 절반(52.6%)을 넘었다. 창업 여건이 안 좋고(85.7%) 한번 실패하면 재기가 어려운 사회(70.9%)란 인식도 높았다.

창업 뒤 초기 자본이 소진돼 어려움을 겪는 3~7년(데스밸리)을 못 버티고 도산하는 기업도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3년 17개 회원국의 창업 기업 3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41.0%에 그쳐 최하위나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한국은 통닭집처럼 시장 진입이 용이해 경쟁이 심하고 부가가치가 낮은 생계형 창업이 전체 창업의 63%나 된다. 반면 시장 사업화를 목표로 한 기회형 창업은 21%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석ㆍ박사 출신 직장인이나 교수 등 고급 인력 대부분이 안정적 직장을 박차고 나가는 것을 꺼린다”며 “이 때문에 생존 가능성이 높은 기술 창업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김보경 한국무역협회 기업경쟁력실 연구원은 “창업기업의 양적 확대뿐 아니라 생존율을 높이는 내실화를 함께 도모해야 한다”며 “실패자의 재기를 지원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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