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문에 버스를 세워놓은 듯 했다.”
포르투갈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가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친 아이슬란드를 향해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다.
호날두는 15일(한국시간) 프랑스 생테티엔 스타드 조프루아 기샤르에서 열린 유로 2016 F조 1차전 아이슬란드와 경기에 풀타임 뛰었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포르투갈은 전반 31분 나니(30ㆍ페네르바체)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5분 비르키르 비아르나손(28ㆍ바젤)에 동점골을 허용해 1-1로 비겼다.
포르투갈에는 매우 불만족스러운 결과다.
아이슬란드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4위로 포르투갈(8위)보다 한참 아래다. 아이슬란드는 유로에 첫 출전했고 인구가 32만 명으로 이번 대회 출전국 중 가장 적다.
예상대로 포르투갈이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다.
볼 점유율은 포르투갈이 66%, 아이슬란드가 34%로 두 배 차이가 났다. 포르투갈은 무려 27개의 슈팅을 쐈고 이중 10개가 골문으로 향한 유효슈팅이었다. 코너킥도 11대2로 훨씬 많았다. 하지만 슈팅 4개에 그친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승점 1을 따내는 데 그쳤다.
호날두는 전반 20분 날카로운 크로스를 시작으로 2분 뒤 헤딩슈팅, 후반 1분 왼발 중거리 슈팅, 후반 27분 오른발 슈팅 등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후반 40분에는 나니의 크로스를 받아 완벽한 기회를 맞았다. 수비수 방해 없이 골대 바로 앞에서 헤딩 슈팅을 했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후반 추가시간 프리킥 때는 장기인 무회전 슈팅을 때렸지만 수비벽에 맞고 튀었고 곧바로 경기가 끝났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허탈한 듯 주심을 향해 불만을 토로하는 호날두의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경기 뒤에도 짜증이 풀리지 않은 듯 그는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않고 수비에만 열중했다. 90분 동안 딱 두 번의 찬스만 만들었고 모든 선수가 공을 뒤로 숨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 아이슬란드가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펼치는 건 당연하다. 헤이미르 할그림손(68) 아이슬란드 감독은 “우리의 전술은 팀이었다. 이것은 팀의 승리다”고 기뻐하며 “포르투갈이 얼마나 강한 상대인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수비는 정말 강했고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많이 뛰었는지 아는가”라고 되물었다. 실제로 이날 아이슬란드는 112.5km를 뛰어 111.4km의 포르투갈 선수들보다 왕성한 활동량을 보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