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만 하면 손쉽게 정보를 얻습니다. 실제 아는 것에 비해 내가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이 듭니다. 오만해지는 거지요. 내가 아는 게 더 많다. 내가 아는 게 더 옳다고 싸웁니다. 그러나 이런 앎은 검색에 잘 걸리는, 자극적인 주장들을 근거로 삼고 있을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부채질된 양극화가 민주주의에 과연 도움이 될까요.”
마이클 린치 미국 코네티컷대 철학 교수는 1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인간 인터넷’(사회평론)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식론 분야에서 유명한 린치 교수는 인터넷 발달로 인한 검색 만능주의 때문에 오늘날 사람들이 일종의 장애를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체화되지 않은 지식을 너무 손쉽게 구하는 것을 린치 교수는 ‘구글 노잉’(Google-knowing)이라 불렀다. “나의 앎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동시에 그 얘기를 “즉각적으로 맞다고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졌다는 얘기다. 내 힘으로 고심해가며, 반성과 성찰을 곁들여가면 얻는 앎이 아닌데도 받아들이데 망설임이 없다. 사물인터넷(IoT) 운운했지만, 앎과 삶 자체도 인터넷화되는 ‘인간 인터넷’(Internet of Us)시대가 열렸다는 얘기다.
린치 교수는 이를 ‘부족화’라 부른다. “서로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로 가득 찬 방에서처럼 우리는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에 주의를 집중할 것”이고 이는 합리적 토론이 불가능한, 서로 대립하는 여러 부족을 낳을 뿐이다. 상대방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족해지고, 같은 편끼리만 소통하고 이해와 공감을 나눈다.
이들이 평화로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모든 건 상대적이며 객관 따윈 없어”라는 선언 밖에 없다. 부족하더라도 다 함께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나간다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린치 교수는 “인터넷 초기 지식의 민주화 등 민주적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열광적으로 쏟아져 나왔으나 지금은 별로 그렇지 않은 듯 하다”고 말했다.
물론 인터넷은 되돌릴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린치 교수도 “나 역시 스마트폰을 매번 확인하며 여러 대의 컴퓨터를 가지고 인터넷에 끊임없이 접속한다”고 말했다. 방법은 주의 깊게 쓰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어떤 앎에 대해 그 근거와 배경을 차분히 따져 묻기, 그 앎과 다른 앎 간의 관계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린치 교수는 “좀 더 책임 있는, 좀 더 이해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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