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인 아버지께서 ‘좋은 나라에 살게 되면 꼭 불우이웃을 도우라’라고 유언하셨습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독립유공자의 딸인 이도필(82ㆍ사진) 할머니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모은 돈 5,000만원을 재단에 기부한다고 15일 밝혔다.
3ㆍ1운동 등 항일독립운동에 투신한 독립유공자 고 이찰수씨의 딸인 이 할머니는 30대 중반부터 가족 없이 홀로 지내며 막노동과 식당일, 빌딩청소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지금은 경남 창원시 전세 원룸에 거주하는데 국가보훈처에서 매달 나오는 연금 12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이 할머니는 15년 간 매달 20만~30만원씩 꼬박꼬박 적금을 부었다. 어려운 이웃에 보탬이 되라는 아버지의 유언 때문이었다. 기부를 위해 모은 적금은 이달 만기가 됐다. 이 할머니는 “어린 시절 50원하던 한글책을 사지 못해 글도 배우지 못했다”며 “공부하지 못한 아쉬움과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이재단은 ‘옛날로 돌아가면 글공부를 하고 싶다’는 할머니의 바람을 담아 어린이 20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 할머니는 일회성 기부에 그치지 않고 죽는 날까지 불우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소망도 밝혔다. 그는 “죽기 전에 5,000만원을 더 모아 총 1억원을 기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에도 일평생 모은 소중한 자산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이 할머니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장학금 전달식은 17일 오후 2시 경남지방합동청사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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