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트럼프가 올해 11월 대선에서 승리,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역사상 어떤 기록을 남기게 될까요. 가장 품위 없는 대통령, 막말과 선동으로 당선된 대통령, 가장 섹시한 퍼스트 레이디(멜라니아 트럼프)을 둔 대통령 등도 가능하겠습니다. 그러나 객관적 수치로 확실하게 증명되는 게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 많은 대통령(초선 기준)이라는 겁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14일 플로리다 주 올랜도 총기테러 사건 이후 ‘무슬림 배척’ 발언 때문에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주류와 대립하는 가운데 생일을 맞았습니다. 그가 1946년생이므로 만 70세가 된 것입니다.
조지 워싱턴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총 44명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고령에 당선된 사람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입니다. 1911년 1월에 태어난 그는 1981년 1월에 정식 대통령이 됐습니다. 에누리 없이 만 70세가 되던 순간 미국 대통령이 된 것이지요. 따라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꺾고 45대 대통령이 된다면, 내년 1월 기준 그의 나이는 70살 7개월이 됩니다. 기존 기록을 7개월이나 깨는 것이지요.
하지만 레이건이 대통령이 됐을 때 나왔던 고령 대통령에 대한 우려는 미국 사회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인구고령화 때문입니다. 생물학적으로는 가장 나이 먹은 대통령이 되겠지만, 상대적 연령 기준으로는 트럼프가 역대 4, 5위 수준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평균 수명이 현재보다 짧고 전체 인구에서 노령층 비율이 낮은 1910년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다면, 그는 전체 인구에서 2% 고령층에 속하게 됩니다. 그러나 2016년에는 전체 인구 가운데 상위 89.4%에 머물게 됩니다(그림 2 참조).
상대 연령기준으로 평가한다면 1900년 이후 가장 고령의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당시인 1984년 레이건 전 대통령의 상위 94.1%에 달했습니다. 또 이 기준으로 따지면 역대 최연소 대통령도 존 F. 케네디(1960년 43세ㆍ상위 68.2%)가 아닌 오바마 대통령이 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에서 승리한 2008년 당시 나이는 47세로 케네디 전 대통령보다 3살이나 많지만, 인구 분포에서는 상위 64.4%에 속했기 때문입니다.
가상의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우려되는 것은 고령과 그에 따른 건강 악화가 아니라, 나이 값 못하는 거침없는 막말이 국가 경영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인 것입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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