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잘못된 사랑으로 인해 오히려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던 개들이 있다.
최근 미국 동부 뉴저지에서는 약 300마리의 개들이 애처로운 마음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애니멀 호더’부부에게 구출된 사건이 있었다.
동물전문매체 바크포스트 등에 따르면 관계당국과 지역 동물보호단체는 부부의 집을 조사한 결과 치와와, 요크셔테리어, 퍼그 등을 포함해 최소 276마리의 소형견들을 발견했다. 이들은 “그동안 봐온 애니멀 호더 케이스 가운데 가장 최악의 경우였다”고 밝혔다.
집 내부는 배설물과 쓰레기 등으로 뒤덮여 있었고 일부 개들은 그 와중에 출산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벽 사이에서 발견된 개들도 있었으며, 일부 개들에게는 숨 쉬는 걸 도와주기 위해 산소 마스크까지 씌워야 했다. 6개의 단체들이 참여해 구조하는 데만 12시간 이상이 걸렸다.
부부는 3년 전 8마리의 개를 키우기 시작했지만 중성화 수술을 시키지 않았고 무분별하게 교배가 이뤄지면서 개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부부는 당국의 구조에 적극 협조했고, 나쁜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 점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지난해 미 앨라배마 주에서는 300마리의 개들이 법적 관리 가능 숫자의 3배를 넘어선 더럽고 피폐한 환경의 보호소에서 구조되는 사건도 있었다. 보호소 관계자들은 이 점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한 자원봉사자가 수척한 개들을 작은 한 철창에 몰아 넣는 등의 사태를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확인됐다. 경찰과 현지 보호단체는 300마리를 구조하는 데만 이틀이 넘게 걸렸으며 일부는 구조과정에서 숨졌고 위독한 상태의 개들도 여럿 발견됐다.
보호소가 관리 가능한 숫자를 넘어서서 개를 보유하거나, 개를 수집하는 데 만족하는 애니멀 호더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수십 마리의 개를 좁은 집에서 키우면서 소음과 악취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법적으로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동물보호소 이관 등 강제 조처를 취할 수 없다. 동물보호법에도 도구로 상해를 입히는 등 공격적인 행위만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어 형사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해 초 동물복지 5개년 계획 안에 애니멀호더를 조치할 수 있는 법안을 포함시켰지만 아직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애니멀호더의 개념, 동물의 밀도 등에 대해 먼저 검토하고 결정한 이후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에 나설 예정”이라며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지만 시급한 조치부터 처리해야 하다 보니 시행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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