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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낯선 얼굴

입력
2016.06.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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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자락에 있는 도서관 앞에서 대출한 책을 안고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산에서 내려온 한 무리의 여성들이 내 옆에서 멈췄다. 그 지름길을 아는 것으로 봐서 그들은 초행이 아닌 듯했다. 유명 상표의 아웃도어를 입고 등산 스틱까지 든 그들은 인왕이 아닌 백두나 한라 정도는 등반한 것처럼 보였다. 멈춘 뒤에도 성형수술에 관한 그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들으려고 해서 들은 것이 아니라 저절로 듣게 된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예닐곱 명 정도 되는 그들은 모두 성형수술을 한 경험이 있는 듯했다. 그 수술에 만족하지 못해 다시 수술하려는 여성도 둘이나 있었고, 자신으로서는 만족할 수 없어 남편의 얼굴까지 수술할 당찬 계획을 세운 여성도 있었다. 놀랍게도 남편 되는 사람도 성형수술에 대한 반감이라곤 없었다. 수술비 걱정 따윈 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그들은 모두 잘사는 사람들 같았다. 이미 충분히 남의 이야기를 엿들었건만, 심란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정작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 따위에겐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들의 말이 계속 귓전에서 앵앵거렸다. 그것은 마치 화제 경보음처럼 나를 불안하게 했고, 잠자리까지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다 말고 거울을 들여다보니, 견적을 낼 수 없을 정도로 한심한 얼굴이 세상 걱정을 다 짊어진 듯한 심각한 표정으로 눈을 껌벅이고 있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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