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후 증권사들이 수신금리는 재빠르게 내리면서 정작 대출금리는 그대로 둬 눈총을 사고 있다. 수익 악화에 따른 부담을 고객에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한국은행의 이달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이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의 수신금리를 내렸지만 신용거래융자나 예탁증권(주식)담보 융자 등 대출 이자는 내리지 않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작년 3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한 차례 내리고서 작년 6월 기준금리 인하 때는 그냥 지나갔다.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4월 신용융자와 예탁증권 담보융자의 이자를 약 25bp(1bp=0.01%포인트) 내린 뒤 현재까지도 신용융자에 대해 연 6.25∼8.50%(기본금리 기준), 예탁증권 담보융자에 대해선 연 6.25∼8.25%의 이자를 물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4월 초 신용거래융자 10∼20bp, 예탁담보대출에 대해선 30bp가량 내리고서 1년여간 유지해 왔다. NH투자증권도 비슷한 시기에 이자율을 한 차례만 인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4월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 이율을 한차례 조정한 뒤 올해 2월 신용융자만 연 7.40∼8.75%에서 연 4.90%∼8.75%로 한번 더 조정했다. 이 기간에 한은 기준금리는 연 2.00%에서 작년 3월 1.75%로 인하된 뒤 작년 6월 1.50%, 올해 6월 1.25%로 3차례나 떨어졌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이달 기준금리 인하 뒤에도 CMA 등의 수신 금리만 내리고 아직 신용거래나 주식담보융자 금리에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삼성·현대·한국투자·NH투자증권은 기준금리 인하 하루 뒤인 10일부터 CMA 금리를 25bp 내렸다. 현대증권은 랩형은 10일, RP형은 13일 25bp씩 인하했다.
작년 9월 김기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제출받은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2012년 7월부터 한은 기준금리는 7차례 인하돼 연 3.25%에서 1.50%로 1.75%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위탁매매 상위 10개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평균 대출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0.2%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주식투자를 위해 신용용자를 받아본 한 고객으로선 “증권사들이 은행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물려 큰 수익을 내고 있다”고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3일 현재 7조2,199억원에 달한다. 투자자들의 시선이 갈수록 따가워지자 증권사들은 이번 기준금리 조정을 반영해 대출금리를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몇몇 증권사는 신용거래와 주식담보 융자의 이자율을 낮추는 문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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