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수입하면서 해외법인 끼워
대금 과다 지급 후 돌려받는 수법
黃, 신동빈 최측근… 배후 가능성
일부는 신영자 이사장 쪽으로
檢, 롯데건설 등 15곳 2차 압수수색
롯데케미칼이 해외거래를 통해 조성한 거액의 비자금이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인 황각규(61) 정책본부 운영실장과 신영자(74) 롯데복지ㆍ장학재단 이사장 쪽으로 흘러 들어간 단서를 잡고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수사팀은 롯데케미칼이 2011년부터 최근까지 해외에서 석유화학제품 원재료를 수입하면서 중간에 거래업체를 끼워 넣는 방법으로 수백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일본과 홍콩 등에 있는 해외법인을 중개업체로 활용해 대금을 과다 지급한 뒤 일부를 돌려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자금 추적과 참고인 진술 등을 통해 비자금 상당수가 황 실장 쪽으로 넘어간 단서를 잡고 그를 불법거래의 배후로 의심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주요 원료수입국에 화학제품 생산공장 등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직거래가 비용절감에 훨씬 유리하다. 검찰은 해외법인을 거치는 방식을 설계하는 데 석유화학 분야 전문가인 황 실장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호남석유화학(롯데케미칼의 전신) 출신으로 정책본부 요직에 오른 황 실장은 1990년 후계자 수업을 받기 위해 상무로 부임한 신동빈 회장과 인연을 맺은 후 신임을 얻었다. 이후 국내 계열사 관리는 물론 해외사업 총괄부서인 국제실 팀장에 오르면서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자리잡았다. 검찰은 황 실장을 통해 조성된 자금이 최종적으로 롯데케미칼 회장을 겸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에게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거래업체 끼워 넣기를 통해 조성된 ‘통행세’ 일부가 신영자(74) 롯데복지ㆍ장학재단 이사장 쪽으로도 흘러간 단서도 잡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이 같은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롯데케미칼 본사를 압수수색 했으며, 롯데건설 등 그룹 계열사 10곳과 주요 임원 자택 등 총 15곳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이미 롯데그룹 정책본부 등 17곳을 압수수색 했지만, 수사과정에서 계열사간 자산거래 및 부동산거래 과정에서 총수 일가의 횡령ㆍ배임 정황이 다수 포착돼 추가 압수수색에 나섰다. 호텔롯데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식가치 평가용역을 맡은 안진회계법인도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일부 계열사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에 따르면 일부 계열사의 경우 임원들의 금고는 물론 책상 서랍까지 텅 비어 있었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하고 사본을 집이나 물류창고에 보관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5,6개 계열사에서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나타났다”며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라고 말했다. 검찰은 해당 계열사 사장이 이런 증거인멸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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