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발렌타인 위스키 제조업체인 페르노리카 코리아가 개최한 아마추어 골프대회가 강원도 춘천의 한 명문 골프장에서 열렸다. 이날 대회는 한국 결승으로 우승자에게는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글로벌 결승 출전권과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더 스코티시 오픈 프로암 대회 참가 및 본 대회 VIP 관람, 골프 성지인 세인트 앤드류스GC에서의 라운드, 발렌타인 위스키 제조의 심장으로 불리는 글렌버기 증류소 방문, 스코틀랜드 전통문화 체험 등의 부상이 주어진다. 아마추어 대회라고 하기에는 부상 규모가 상당한 대회다.
그러다 보니 출중한 실력의 아마 골퍼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데 이 대회가 끝난 후 잡음이 일고 있다. 한국 결승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스크린골프장에서 2,500여명이 참가해 진행된 예선전에서 상위 70명과 추첨 10명 등 80명이 출전했다. 주최측이 운영하는 대회 홈페이지와 사전에 언론에 배포한 보도 자료 등에도 참가 자격은 이같이 나와있다.
하지만 결승 당일 사전 공지되지 않은 60여명이 추가로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주최측 초청 선수들이다. 치열한 예선전을 거쳐 선발된 참가자들 입장에서는 공정하지 않다는 뒷말이 나올법하다.
조 편성을 놓고도 불만이 나온다. 이날 스코어 기록은 동반자들과 캐디에게 전적으로 맡겨졌다. 그래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80명의 예선 참가들은 지역 안배 등을 통해 지인들끼리 같은 조에 들어가지 않도록 배정을 받았다. 그런데 주최측 초청자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예선을 거친 참가자들과도 별도로 조편성이 됐다.
이날 대회 결과 역시 공정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상위 10위 가운데 8명이 주최측 초청 인사다. 1ㆍ2ㆍ3위 역시 초청자들 몫이었다. 예선을 거치지 않은 참가자들이 상위 랭킹을 싹쓸이 한 것이다. 대회 주최측도 “홈페이지에 참가인원을 100여명이라고 표기해 추가 인원이 있다는 것을 참가자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초청인사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표기하지 않는 등 대회 진행이 조금은 매끄럽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수상자들에게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는 만큼 순위를 바꾸지는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골프는 여타 스포츠 종목과는 달리 심판이 없다. 그래서 골프의 모든 룰에는 공정성이 바탕에 깔려있다. 하지만 논란이 일고 있는 이번 아마 대회를 보면 골프의 기본 정신인 공정성은 처음부터 배제돼 있다. 항의하는 한 참가자에게 대회 관계자는 “우리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선수 초청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따졌다고 한다. 초청 선수가 있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초청 선수 여부를 공지하지 않은 것이 공정치 못한 행위다.
골프를 두고 신사 스포츠라고 한다. 프로 대회가 아닌 아마추어 대회, 심지어 지인들간의 라운드마저도 공정하게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신사의 스포츠로 불린다. 공정성을 상실한 대회를 인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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