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반지분 소유하기에 민영화 우려는 낮아
가격 통제받는 산업이라 시장 관심은 낮을 수도
정부가 14일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조정 방안’에서 밝힌 상장 대상 공공기관은 남부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동발전 동서발전 등 발전5사와 한전KDN, 한국수력원자력, 가스기술공사 등 8곳이다.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 지분의 일부만 상장하는 형태로, 정부 통제를 유지하면서도 자본을 늘려 신산업 등에 투자할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 규제를 받는 산업 특성상 기업 공개(IPO)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주간사 선정, 기업실사, 가격산정 등 상장 준비절차에만 6~8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기업가치와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해 올해 하반기부터 가능한 기관부터 순차적으로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상장 물량은 전체 지분의 20~30%로 제한되며, 상장 이후에도 정부 등 공공부문의 지분은 최소 51%이상으로 유지된다. 상장이 민영화로 가는 중간단계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노형욱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정부 등 공공부문의 지분을 50% 이상으로 유지하는 ‘혼합소유제’ 방식으로 진행된다”라고 설명했다. 혼합소유제는 세계적으로 이미 많이 시행되고 있는 방식 중 하나로, 완전민영화가 아닌 부분민영화를 최종 목표로 한다. 허경선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원은 “혼합소유제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주식을 매각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상황에 따라 매매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정부의 지배력과 공공성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정치적 반발도 적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상장을 통해 ▦경영 투명성 제고 ▦자율감시감독 기능 강화 ▦자금 유인으로 인한 재무구조 개선 등의 효과를 기대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2003년에 상장을 추진했다가 예상 주당 가격(1만6,000~2만원)이 장부가(주당 2만7,000원)를 크게 밑돌아 상장을 포기했던 남동발전의 경우를 볼 때, 이번에도 상장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발전자회사는 한전 주가에 영향을 크게 받는 데다가, 정부의 전기요금 규제 정책으로 경영 자율성이 확보되기 어려워 상장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은 재무구조가 좋으면 시장이 우호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시장반응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