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오는 7월 맞춤형 보육제도 시행과 관련, “가정 어린이집이 존립할 수 없고, 여성의 사회진출까지 막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며 “그대로 강행되면 더불어민주당은 부모, 아이, 어린이집 원장, 교사들을 위해 전면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원내 1당이 당장 보름 뒤 시행되는 맞춤형 보육제도의 중단을 요구하며 당 차원의 투쟁을 예고하는 심상찮은 사태다. 우 원내대표가 언급한 ‘전면적 싸움’이 어느 정도 수위를 뜻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1당 원내대표의 발언으로는 무책임하다.
물론 맞춤형 보육제도는 이해 당사자의 반발이 심하고, 논란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전업 주부가 자녀(0~2세)를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일곱 시간만 맡길 수 있어, 열 두 시간 종일반 이용이 가능한 ‘워킹 맘’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 보건복지부와 계산이 다르긴 하지만, 어린이집 운영자들은 수익구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국민의 이해를 대변해 정책의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국회와 정당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맞춤형 보육제도와 관련한 더민주의 주장은 전형적 뒷북치기가 아닐 수 없다. 이미 2014년 국회로부터 예산 승인을 받아 지난해 도시ㆍ농촌 5개 지역에서 4개월여 시범사업까지 거쳐 같은 해 9월 복지부의 구체적 시행계획이 발표됐다. 더욱이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국회 보건복지위와 예결위가 별다른 반대 없이 맞춤형 보육 예산을 통과시킨 마당이다. 더민주가 상임위나 예결위의 예산편성 검토 과정에서 정부 계획을 제대로 검토, 검증하지 않았다가 시행을 코앞에 두고 ‘탁상행정’이니 ‘전면적 싸움’이니 운운하며 중단을 요청하는 것이야말로 전형적 ‘야당의 갑질’이다. ‘직무유기’를 덮기 위해 힘을 과시하고 대책 없이 반대 목소리만 높인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협치란 정부ㆍ여당의 자세 전환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야당의 책임 있는 자세도 똑같이요구된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 아닌가. 국정을 책임진다는, 전에 없는 자세로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에 유념해야지,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한다면 정부나 국회의 신뢰성에 큰 문제가 생긴다. 하다못해 정부 관계자와 이해당사자를 함께 불러 공청회나 간담회라도 가진 뒤 보완책을 마련하도록 해야지, 무턱대고 중단을 요구할 게 아니다. 우 대표의 시행중단 요구나 연대투쟁 주장이 운동권적 발상으로 비치는 것은 물론이고, 협치 밥상을 걷어차기 위한 구실 찾기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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