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개인 빚을 회사에 연대 보증시켜 수백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박경실(61) 파고다교육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이원형)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ㆍ횡령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회장의 임무 위배 정도가 무겁게 보이지 않고 채무도 모두 변제해 실제 손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1ㆍ2심과 달리 배임 혐의도 유죄로 보고 사건을 돌려 보낸 데 대해 재판부는 “기소된 배임 액수는 약 530억원이지만 실제로 박씨의 이득액이 얼마인지는 산정할 수 없다”며 특경가법(이득액 5억 이상일 때 적용)이 아닌 단순 업무상 배임으로만 판단했다. 박 회장의 회삿돈 10억 횡령죄는 그대로 인정됐다.
박 회장은 2006년 1월 주주총회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회의록을 조작해 성과급 명목으로 회사 자금 10억원을 빼돌렸다. 또 2005년 9월 자신과 친딸 소유의 회사인 파고다타워종로 건물 신축 과정에서 생긴 채무 231억8,600만원과 박 회장의 다른 개인회사 진성이앤씨의 대출금 43억4,000만원에 대해 파고다아카데미가 연대보증을 서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박 회장은 파고다어학원 설립자이자 남편인 고인경(72) 전 회장과 5년째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다. 박 회장이 남편과 상의 없이 파고다그룹 계열사 주식을 자신과 친딸에게 넘기며 고 전 회장과 전처의 딸인 고모씨를 그룹에서 밀어내면서 부부 사이의 골은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앞서 2013년 9월 자신의 운전기사를 시켜 고 전 회장의 운전기사를 살해하라고 한 혐의(살인예비음모)로도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그는 ‘고씨가 자신에 대한 살인예비음모 수사에 관련됐다’는 취지의 허위 보도자료를 뿌려 고 전 회장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별도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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