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검 속초지청(지청장 김양수)은 14일 대작(代作)그림 판매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조영남(71)씨와 매니저 장모(45)씨에 대해 사기혐의를 적용, 불구속 기소했다.
조씨는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대작화가 송모(61)씨 등에게 점당 10만원을 주고 주문한 그림을 경미한 덧칠 작업 후 1점당 30만~50만원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조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20명에게 26점의 대작그림을 팔아 1억8,035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의 매니저인 장씨도 지난해 9월부터 지난 4월 초까지 3명에게 대작그림 5점을 판매해 2,680여 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는데 가담했다고 검찰은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4월19일부터 조씨의 그림 대작의혹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미술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16일 조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한 데 이어, 전시회가 열렸던 서울과 전주 갤러리, S옥션 등지에서 그림 판매내역을 확보해 참고인 35명을 조사했다.
검찰은 특히 조씨가 방송에 출연해 직접 그림을 그린다고 말한 점과 미술작품 구매에서 ‘누가 그림을 그렸는지’가 계약의 중요한 요소인 만큼, 대작 사실을 알리지 않은 조씨의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조씨가 주장하는 ‘조수’의 개념에 대해 조씨로부터 그림을 주문 받은 대작 화가가 독자적으로 그림을 완성한 만큼 일반적인 조수 고용방식과는 상이하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가 다수의 대작 그림을 고가에 판매하는 상황을 인지해 잠재적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이 사건은 유명 연예인의 사기 범행 수사이지, 미술계에서 활용하는 작품제작 방식에 대한 수사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한국미술협회와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등 11개 미술 단체는 이날 조씨를 춘천지검 속초지청에 고소했다. 이들 단체는 “조수가 작품의 90% 이상을 그려준 것은 맞지만, 그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조씨의 발언 등이 미술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속초=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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