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을 겪은 비운의 국왕인 조선 제16대 인조(仁祖ㆍ재위 1623∼1649)가 모셔진 경기 파주시 탄현면의 장릉(長陵)이 17일부터 일반에 무료 개방된다고 문화재청 조선왕릉관리소가 밝혔다.
사적 제203호인 장릉에는 인조와 첫 번째 왕비인 인열왕후(仁烈王后) 한씨가 함께 잠들어 있다. 전체 약 35만㎡ 대지에 자리잡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능원이지만 그 동안 문화재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합장능 주변의 석물로는, 봉분 아래 12면의 병풍석을 세우고 그 바깥을 돌 난간으로 둘렀다. 봉분 앞에 상석 2좌를 배치해 2위를 표시했고, 상석 중앙 정면에 장명등과 양쪽에 망주석 2기를 세웠다. 그 아래는 문인석과 무인석 1쌍씩이 서 있고, 봉분 주위로 석마(石馬), 석양(石羊), 석호(石虎)를 2필씩 배치했다.
인조는 조선의 여느 임금 못지않게 굴곡 많은 삶을 살았다. 임진왜란 중인 1595년 태어났고 광해군이 폐위되면서 왕위에 올랐다. 광해군의 중립외교 정책을 버리고 반금친명(反金親明)을 추진했다가 정묘호란(1627년)과 병자호란(1636년)을 겪었다. 병자호란 때는 청 태종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항복하는 굴욕을 당했다. 승하해서도 편치 않았다. 능에 불이 나는가 하면 뱀과 전갈이 주위에 무리를 이루고 석물 틈에 집을 짓는 등 변이 잇따랐다. 결국 1731년(영조 7년) 원래 있던 파주 운천리에서 현재 갈현리로 자리를 옮겼다.
시범 개방 기념으로 17일부터 한 달 동안 ‘왕릉공감-세계유산 조선왕릉’ 사진전이 열린다. 장릉 경관을 감상하며 사진으로 조선왕릉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 문화재청은 관람 환경을 보완해 장릉을 전면 개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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