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스웨덴 실업급여ㆍ재취업교육 든든… 실직자 얼굴에 근심 없어

입력
2016.06.14 04:40
0 0

해직 이전 월급의 70%를

300~450일 동안 지급

소득보전 수당도 별도로

전담 코치가 실직자 재교육

10명 중 9명 6개월 내 재취업

대규모 구조조정 발생 땐

EU 구조조정펀드가 개입

지난달 24일 스톡홀름 도심에 위치한 국가고용청(AF) 사무소에서 구직자들이 구인 정보 등을 검색하고 있다. 국가고용청은 스톡홀름 포함 전국에 300개 가량의 지역사무소를 두고 실업자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구직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스톡홀름 도심에 위치한 국가고용청(AF) 사무소에서 구직자들이 구인 정보 등을 검색하고 있다. 국가고용청은 스톡홀름 포함 전국에 300개 가량의 지역사무소를 두고 실업자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구직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스웨덴 국가고용청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 미취업자나 직장을 다니다가 갑자기 해고를 당해 새로운 일자를 찾아야 하는 이들을 도와주는 정부기관. 지난달 24일 오후 찾은 국가고용청 스톡홀름 지역사무소의 분위기는 예상과 달랐다. 실업자들이 찾는 곳이다 보니 아무래도 무거운 분위기일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사무실 곳곳은 활기가 넘쳤다. 컴퓨터 앞에 앉아 각종 구인 정보를 검색하는 사람들, 세미나실에서 진행 중인 교육 프로그램을 듣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나와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또 최근에 직장을 잃었는지 상담원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쏟아내는 사람들. 이들의 얼굴에서는 일자리를 잃은 것에 대한 상심이나 혹시나 새로운 직장을 찾지 못할지 모른다는 걱정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실업은 말 그대로 새로운 직장을 찾기 전에 있는 하나의 단계일 뿐”이라는 게 국가고용청 직원의 설명이었다.

특히 이들의 여유에는 ‘당장 먹고 살 걱정은 없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고 했다. 스웨덴 사람들은 본인이 사직서를 낸 경우가 아니라면 전 직장에서 받은 월급(실직 전 12개월 평균소득)의 최소 70% 이상의 돈을 실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물론 직장을 잃은 즉시 국가고용청에 신고를 해야 하고, 구체적인 구직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에도 한 달에 한 번씩 구체적인 구직 상황을 보고서로 제출해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최대 300일(18세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 450일)까지 돈을 받는다. 전 직장 월급의 50%를 최대 240일 간 주는 한국보다 급여도 많고 기간도 길다.

실업급여가 전 직장 수입의 70%를 무조건 보장해 주는 건 아니다.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돈이 월급 기준으로 최대 2만7,000크로나(약 381만원)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달 월급 5만크로나를 받던 직장인의 경우라면 실업급여를 최대로 받아도 기존 수입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 격차를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소득보전 실업수당이다. 고용주와 노동조합의 의견을 조율하고 취업지원 서비스를 수행하는 직업안정보장위원회(JSC·Job Security Council)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스웨덴 내에는 현재 TRR(화이트칼라), TSN(공무원) 등 직역별로 15개 정도의 JSC가 운영 중이다. 각각의 JSC마다 자격 요건과 지급 조건 등이 다르지만, TRR의 경우 40세 이상 실직자에게 최대 2년까지 수당을 지급한다.

이렇게 지급되는 수당은 매달 기업이 종업원의 월급의 3%만큼을 내는 돈에서 충당한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최소한의 안전판’을 미리 마련해두는 셈이다. 최연혁 예테보리대 교수는 “직원이 정리해고가 됐을 때 기업이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스웨덴식 노사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노조, 기업의 역할이 단순히 경제적 지원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돈(실업급여)을 충분히 주면서, 또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전직 교육을 통해 재취업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스웨덴의 방식이다. 실직자로 등록하는 순간, 전담 고용 코치를 붙여 상담 후 적절한 재교육을 한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에서 해고를 당한 사람이라면 관련 지식과 경험을 살려 약사 등으로 전직할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식이다. 최근 스웨덴에서 노인 요양서비스 관련 일자리가 많이 생겼는데, 간호보조에 대한 집중 교육을 시켜 새로운 일자리를 얻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클래스 오베리 TRR 마케팅담당국장은 “헬스 트레이너들이 특정 근육을 키우기 위한 상담과 운동법을 지도하듯이 근로자들도 자신만의 능력과 자질이 있다”면서 “재취업을 위해 그 부분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것이 전직 재교육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TRR의 경우 재취업 희망자 가운데 88% 정도는 6개월 이내 다른 직장을 찾는데 성공한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이 재취업에 성공한다는 얘기다.

대규모 구조조정(해직자 500명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유럽연합자원의 구조조정 펀드(EGF)가 개입한다. 2008년~2011년에 3,126명이 해고된 볼보, 2011년~2013년 558명이 실직한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 2012년~2014년 3,738명이 해직된 사브 등 3개 대형 회사의 실직자에 대한 전직 프로그램이 이 펀드의 자금으로 진행됐다. 볼보의 경우 68%에 해당하는 2,125명이, 아스트라는 71%(396명), 사브는 84%(3,140명)가 재취업 혹은 창업에 성공했다는 게 스웨덴 정부의 설명이다.

국가고용청 취업지원 담당자인 레나 홀름씨는 “구조조정 등에 따른 해직은 근로자들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여전히 노동의 의지를 가지고 있고, 노동의 능력도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기회와 교육을 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스톡홀름=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