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ㆍ전기차 충전소로 전환 추진
SKTㆍLGU+ “적자 분담했는데
미래 사업 수익 독점은 불공정”
회계 투명성 문제까지 제기도
휴대폰의 보급으로 이용자가 줄면서 흉물로 전락한 KT 공중전화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전기차 충전소 등으로 변신을 꾀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공중전화 손실액을 분담해온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은 KT가 공중전화 미래 사업의 수익을 독차지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1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공중전화 사업은 2012년 141억원, 2013년 165억원, 2014년 133억 등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공중전화는 KT가 공기업 ‘한국통신’ 시절 국민 세금으로 설치한 뒤 관할해 왔다. 전성기였던 1990년대 후반에는 56만여대까지 늘기도 했다. 그러나 휴대폰이 점차 보급되며 공중전화 이용객은 급감했다. 2010년 이후에는 한 해 평균 2,000여대씩이 철거돼 현재 7만여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더구나 이중 58.6%는 월 매출이 1만원도 안 된다.
이처럼 애물단지로 전락한 공중전화가 다시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KT가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공중전화로 오프라인 이용자와의 접점을 찾겠다고 선언한 것. 출금부터 소액 대출까지 가능한 ATM을 전국 공중전화에 설치, 일종의 무인 은행 점포로 활용하겠다는 게 KT의 계획이다. 또 전기차 공유 업체 한카와 손잡고 공중전화 부스를 전기차 충전소로도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국내 진출 통신 협력사로 KT를 선정한 이유도 통행량이 많은 대로변에 위치한 공중전화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그러나 그 동안 적자를 함께 부담해 온 다른 사업자들은 억울하다. 공중전화를 유지 보수하기 위해 발생하는 적자는 매출액 300억원 이상인 전기통신사업자가 매출액에 비례해 분담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KT 외 19개 전기통신사업자들은 그 동안 공중전화 유지ㆍ보수 적자를 메워 왔다. 그러나 공중전화가 KT의 새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SK텔레콤(36%)과 LG유플러스(20%) 등 다른 사업자 분담 비용을 빼면 KT 분담액은 총 손실액의 3분의1 미만이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만약 KT 편익이 KT가 부담하는 적자보다 커진다면 그때 가서 보전 비율을 변경하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회계 투명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공중전화에 ATM을 결합한 멀티부스가 이미 1,400여대인데,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광고매출 등 세부 내역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 영문도 모른 채 무조건 분담액을 토해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중전화 전기선과 통신선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부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며 “지금이라도 공정 경쟁 측면에서 공중전화 사업 문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KT 관계자는 “공중전화 본연 외 서비스로 얻는 수익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공중전화를 서비스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시대적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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