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여론조사기관 압수수색
“김 회장 압도적 1위로 발표”
양 측 금품 거래 가능성 수사
조만간 김 회장 소환 계획
농협중앙회장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선거를 앞두고 행해진 여론조사에서 김병원(63) 당시 후보(현 농협중앙회장)의 지지도가 부풀려진 정황을 잡고 해당 여론조사기관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마치는 대로 김 회장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는 13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선거여론조사 전문기관인 T사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여론조사 결과 자료와 회계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T사는 지난해 12월 12~13일, 농협의 전국 대의원 290명을 대상으로 ‘후보 적합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던 업체다. 응답자 114명이 참여한 당시 여론조사 결과, 김 회장이 41.7%로 1위를 차지했고, 이성희 후보는 27.8%, 최덕규(구속) 후보는 26.4% 등을 기록했다.
검찰은 당시 T사가 김 회장에 대한 지지 답변을 유도하거나 조사결과를 왜곡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의 지지율을 실제보다 높게 발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월 농협 회장 선거는 호남 출신인 김 회장과 경기 출신인 이 후보, 영남 출신인 최 후보 간 치열한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됐었는데, 다른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최 후보(25.4%)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김 회장(19%)은 3위에 그치는 결과가 나왔다. 검찰은 T사의 여론조사에서만 유독 김 회장이 경쟁 후보들보다 14~15%포인트나 앞서는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 김 회장 측과 T사 간의 부적절한 접촉이 없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들 간 금품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 1월 12일 선거 당시 1차 투표에서 2위였던 김 회장이 1위였던 이 후보를 결선투표에서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당선된 것과 관련, 1차에서 낙선한 최 후보 측의 도움을 받았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 후보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두 사람 간 부적절한 연대를 암시하는 취지의 메모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후보는 선거 당일 결선투표를 앞두고 대의원들에게 김 회장을 지지해달라는 문자를 발송하는 등 불법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문제의 여론조사에 관여한 T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한 뒤, 김 회장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소환할 계획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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