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엽기적 총기난사 사건이 또 일어났다. 12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동성애자 나이트클럽에 자동소총 등으로 중무장한 괴한이 난입, 총기를 난사해 최소 50명이 숨지고 53명 이상이 다치는 참사가 빚어졌다. 희생자 규모로 보아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32명 사망, 30명 부상)을 넘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사건이자 2001년 9ㆍ11 사태 이후 최대 단일 테러가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괴한이 난입할 당시 나이트클럽에는 주말을 맞아 300명 이상의 손님이 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게다가 커다란 음악소리 때문에 괴한의 총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 생존자들은 “수십발의 총성을 음악으로 착각했다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피투성이가 돼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서야 기어 나오듯 도망쳐 나왔다”고 참상을 전했다. 총기를 난사한 뒤 인질극을 벌이던 괴한은 사건 발생 세 시간쯤 지나 장갑차로 클럽 벽을 뚫고 진입한 특수기동대(SWAT)와의 총격전 끝에 사살됐다.
범인은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무슬림인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은 그가 총격 직전 911에 전화해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충성서약을 했다고 전했다. 평소 동성애에 분노를 표출해 혐오범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이슬람 급진주의에 물든 자생적 테러나 극단주의 세력의 사주를 받은 테러 쪽으로 무게가 실린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의 복지ㆍ재활시설에서 발생한 사건과 흡사하다. 당시 총기를 난사해 14명을 숨지게 한 파키스탄계 부부도 IS에 충성을 맹세한 자생적 테러리스트였다. 이른바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이들은 외부세력과의 연대 없이 자발적으로 민간시설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대응이 쉽지 않다. 이번 범인도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IS 동조자로 의심받았으나 전과기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소프트 테러의 위협은 미국뿐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파리 연쇄테러, 올 3월 벨기에 브뤼셀 동시다발 테러도 모두 무고한 민간인을 노렸다. 이제 극단주의 무장세력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계된 테러는 전세계 공통의 위협이 됐다. 동남아 각지에도 테러 경계령이 내려진 상태다.
그런 국제테러에서 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도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테러방지법이 지난 4일 시행에 들어간 이후로도 법 자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문제가 있다면 고치되, 엄중한 현실인식으로 테러 대비태세부터 다져나가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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