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치료 年 5000만원까지 보장
의사 과잉진료·환자 의료쇼핑 조장
‘기본형+특약’ 구조로 대폭 개편
도수·수액치료에 별도 보험료 부과
기본형 가입 땐 보험료 40% 줄 듯
금융위, 내년 4월 신상품 출시 유도
의료인에게는 과잉진료, 가입자에게는 의료쇼핑을 유발해 ‘도덕적 해이’의 주범으로 꼽혀온 실손의료보험을 정부가 대폭 손질한다. 과잉치료로 보험료 상승을 유발하는 도수치료, 수액치료 등을 특약 사항으로 구분해 이를 이용하는 가입자는 별도의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모든 의료서비스를 보장하는 현재의 실손보험체계를 ‘기본형+특약’ 구조로 개편해 내년 4월부터 신상품 출시를 유도키로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3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실손의료보험의 상품구조를 개편해 소비자 편익과 선택권을 높이겠다”며 이 같은 방향의 실손보험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밝혔다.
실손보험은 작년 말 현재 3,200만명이 가입한 ‘국민보험’이다.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모든 치료를 연간 5,000만원까지 보장해주면서 가입자가 급상승했다. 하지만 획일적인 상품표준화로 소비자 선택권이 제약되고, 과잉진료와 같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해 보험료 상승을 일으킨다는 문제점이 끊임 없이 제기돼왔다. 실제 실손보험 혜택을 본 사람은 전체 가입자의 20%밖에 되지 않는데도 손해율(지급한 보험금/거둬들인 보험료)은 120%를 웃돈다. 필요 없는 치료가 남발되고 이용된 탓에 선량한 다수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높여왔다. 임 위원장이 이날 “일부 가입자들의 의료쇼핑 비용을 전 국민이 부담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개선 방안의 주된 내용은 현재 금융감독원이 정한 표준약관에 따라 개발돼 보험사별로 똑 같은 구조로 판매되는 상품에서, 소비자가 보장 영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본형과 다양한 특약으로 구성된 상품으로 바꾸는 것이다. 기본형 상품은 대다수 질병을 보장하지만 과잉진료가 빈번한 항목은 빠지게 된다. 도수치료(손으로 하는 물리치료)나 수액주사치료, 체외충격파치료 등 과잉진료가 빈발, 보험료 인상을 유발하는 진료항목은 기본형에서 제외되고 특약에 넣는다. 이들 치료를 이용하려는 가입자들이 별도의 보험료를 부담하는 구조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조치 후에도 과잉진료가 빈번하게 발생하면, 기본형 보험료는 변화없이 해당 특약 보험료만 상승하는 구조다. 반면, 기본형의 경우 현재 실손보험 보험료 대비 40% 정도 저렴하게 설계될 것으로 금융위는 전망했다.
금융위는 또 실손보험의 중복가입 방지와 정확한 보험료 산출을 위해 단독형(순수보장형) 실손보험 판매를 더욱 활성화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암보험 등에 실손보험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A보험사의 암보험에서 부족한 보장을 B보험사의 보험으로 채우는 경우 실손보험에 중복가입 돼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
보험업계는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다소 미흡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과잉진료에 대한 해결책은 없어 정작 특약이 필요한 선량한 가입자들의 부담만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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