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일까. 아니면 ‘더러운 손’일까.
브라질이 ‘신의 손’ 오심으로 2016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브라질은 13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질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B조 최종3차전에서 후반 중반까지 페루와 0-0으로 팽팽히 맞섰다. 양팀의 승패가 결정된 시점은 후반 30분. 페루의 라울 루이디아즈는 동료 앤디 폴로가 오른쪽에서 올린 공을 받아 브라질의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골을 넣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루이디아즈는 발이 아닌 오른팔을 공에 갖다 댔다. 명백한 핸드볼 파울이었지만, 주심은 득점을 인정했다. 브라질 선수들은 곧바로 핸드볼 파울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측면에서 득점 과정을 지켜본 부심도 루이디아즈가 핸드볼 파울을 범한 사실을 인정했다.
주심과 부심은 오심 여부를 놓고 판정이 엇갈렸다. 그러나 주심은 파울이 아닌 ‘골’로 선언했다. 이 판정으로 브라질 선수들은 평정심을 잃었고 결국 동점골을 만들지 못한 채 0-1로 패했다. 이날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브라질은 1승1무1패(승점 4)로 조3위로 처져, 조별리그에서 떨어진 반면 페루는 2승1무(승점 7)를 기록하며 조 1위로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브라질이 페루에 진 것은 1985년 이후 31년 만이다.
카를로스 둥가 브라질 감독은 경기 후 “문제의 장면은 모두가 지켜봤다. 그러나 우리는 (판정을) 바꿀 수 없다”면서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경기였다”고 말했다. 둥가 감독은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계속 실수가 생긴다”며 “심판들이 의논할 때 왜 헤드셋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매우 이상한 관행이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외신들도 루이디아즈의 득점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다수의 언론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핸드볼 골(Controversial handball goal)’이라는 표현으로 페루의 8강 진출이 정당하지 못한 결과로 설명했다. 경기 후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CBS스포츠는 “브라질이 논란의 핸드볼 골로 코파 아메리카에서 지워졌다”고 전했다.
이날 문제가 된 오심 장면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 아르헨티나-잉글랜드전에서 나온 아르헨티나 축구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 오심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마라도나는 0-0이던 후반 6분 머리가 아닌 손으로 공을 쳐 득점을 올렸지만, 헤딩 골로 인정받았다. 마라도나는 4분 뒤 추가 골을 넣었고 그로 인해 아르헨티나는 2-1로 잉글랜드를 격파하고 결국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 마라도나는 논란이 된 자신의 득점에 대해 “내 머리와 신의 손이 함께 했다”며 사실상 핸드볼 파울이었음을 시인했지만, 결과는 번복되지 않았다.
브라질과 같은 조에 속한 에콰도르는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약체 아이티와의 경기에서 에네르 발렌시아의 1득점 2도움을 앞세워 4-0으로 크게 이겼다. 1승2무(승점 5)가 된 에콰도르는 조 2위를 확정하며 8강에 올랐다. 페루는 A조 2위 콜롬비아, 에콰도르는 A조 1위 미국과 4강행을 놓고 다툰다.
한편 이날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에서는 우승후보 독일이 조별리그 C조 우크라이나와 1차전에서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의 선방과 시코드란 무스타피,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의 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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