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찰전기 발생 원리 이용 고성능 인공기저막 세계 최초 개발
기존 제품보다 저렴… 성능 우수ㆍ저전력ㆍ단순화 가능
기존에 나와 있는 인공와우보다 훨씬 크기가 작고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저전력으로 구동할 수 있는 인공와우 핵심 장치인 ‘인공기저막(Basilar membrane)’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이 대학 로봇공학전공 최홍수 교수 연구팀이 아주대병원 장정훈 교수 연구팀과 함께 개발한 ‘마찰전기 기반 인공기저막(TEABM, Triboelectric-based Artificial Basilar Membrane)’이 그것이다. 이번 연구성과는 바이오소재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티리얼스 온라인판 9일자에 게재됐다.
청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소리를 듣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하는 것이 달팽이관의 기능을 대신하는 ‘인공와우(Cochlear implant)’를 귓속에 이식하는 수술이다. 한쪽 수술비만 1,500만 원 이상 들고, 내부에 이식하는 장치에다 새끼손가락 크기의 외부장치, 별도의 배터리 등이 노출돼 미관상 좋지 않은데다 높은 생산단가 등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기존 인공와우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내외 연구진들이 압전물질을 이용한 인공기저막을 개발했으나 사람의 음성에 비해 높은 주파수 응답범위와 낮은 감도 등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해 실용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최 교수 팀이 개발한 나노발전기술을 이용한 인공기저막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방법으로 ▦공정이 단순하고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음성 영역에 가까운 공진주파수를 가지며 ▦감도가 우수하고 ▦센서 구동을 위한 전력이 따로 필요하지 않고 ▦복잡한 신호처리 회로가 불필요할 것으로 보여 상용화가 되면 수많은 난청환자들의 청력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동원리는 달팽이관의 주파수 분리와 에너지변환 기능을 폴리아미드 필름과 알루미늄 필름 사이에 발생하는 마찰전기로 구현했다. 사람은 외이, 내이를 거쳐 도달한 소리를 달팽이관 안에서 기저막이라는 유연한 막에 의해 주파수가 분리된다. 기저막의 움직임이 달팽이관 안에 있는 ‘유모세포’를 자극하면 생체전기신호가 만들어지고, 이 전기가 청신경을 자극해 뇌로 전달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다. 달팽이관 이상으로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사람들에게 하는 기존의 인공와우보다 성능이 뛰어나면서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기초기술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마찰전기를 이용한 인공기저막으로 생성된 전기신호를 청력이 손상된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작동주파수가 음성영역에 가깝고 감도도 압전물질을 이용한 것보다 7배 정도 높아 차세대 인공와우의 핵심기술로 사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최홍수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TEABM은 배터리와 복잡한 전기신호 처리 회로가 없는 차세대 인공와우 개발의 핵심기술”이라며 “고도 난청 환자들의 청력회복을 위해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기술을 이용한 인공와우를 개발해 이식하더라도 기존 인공와우처럼 재활훈련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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