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숨진 후 유족ㆍ상속자 방문 없어
메달ㆍ상장 10여 개 폐기 처리 위기
지난해 6월 강원 춘천시 후평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쓸쓸히 숨진 역도스타 김병찬(당시 46세). 그가 현역시절 목에 걸었던 1990년 베이징(北京)아시안 게임 금메달, 이듬해 세계선수권 용상 은메달, 합계 동메달 등 피땀이 녹아 있는 메달이 고철로 팔릴 뻔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은 이랬다. 그가 살던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김병찬이 지난해 6월 숨진 뒤 1년 간 유족이나 상속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이후 김 선수의 집을 찾은 사람이 아무도 없자 폐기물 수거 업체가 짐을 처분키로 했다. 국가 명예를 드높인 그의 메달이 고물상 쓰레기더미에 파묻히게 될 처지였다.
고물상으로 보내질 뻔했던 10여 개의 메달과 상장은 지난달 27일 김씨가 생전 가장 가까이 지냈던 이웃이 이 소식을 접하면서 다행히 고물상 행을 면했다. 지난해 숨진 김씨를 발견했던 이웃의 아들이 강원도 체육회에 이 사실을 알렸고, 체육회 직원이 메달과 상장을 인수했다. 강원도 체육회는 강원도역도연맹과 메달 보관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선 친척이 있으면 전달한다는 방침이지만 불가능하면 7월 완공하는 체육회관에 전시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강원도 체육회 관계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서도 안 되겠지만,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도록 메달과 상장을 보관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이민우와 황우원, 서울올림픽 동메달 리스트 이형근 등에 이어 한국 역도의 중량급 기대주로 기대를 모았던 김씨의 인생은 1996년 한 순간에 꺾이고 말았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기 때문. 이후 변변한 직업이나 수입도 없이 매월 52만5,000원의 연금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 갔다.
유일한 피붙이인 어머니마저 지난 2013년 세상을 떠나자 김씨는 홀로 남았다. 메달리스트 연금이 보건복지부의 최저생계비 지급 기준(49만9,288원)보다 3만 원 가량 많아 최저생계비 지원도 받지 못하는 처지였다. 그나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돼 월 10만 원 안팎의 의료급여와 주거급여 등을 받는 게 고작이었다. 이렇게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간 그는 지난해 6월 26일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으로 체육인들에 대한 복지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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