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농가 서귀포 애플망고 농장
온실가스 줄이고 순이익 2배 증가
지난 11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한 애플망고 농장. 비닐하우스 내부는 제법 후텁지근했는데, 재배하기 쉽게 개량된 키 작은 망고나무들 사이를 가로지르는 까만 파이프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고 있었다. 애플망고를 키우기 좋은 25~26℃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특이한 건 이렇게 하루 종일 난방을 해도 3,300㎡ 기준으로 연간 1,000만원 정도 밖에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같은 면적이라면 연간 6,000만원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이 농장은 비용의 80% 가량을 절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농장은 2010년 7월 농림축산식품부의 온배수 활용 시범농가로 지정됐다. 발전소에서 버려지는 온배수(溫排水)를 난방에 활용하게 된 것이다. 농장에서 불과 150m 떨어져 있는 남제주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20~25℃의 온배수를 농장으로 끌어와 하우스 내에 있는 히트펌프에서 45~50℃도로 데우면, 농장 바닥에 깔린 송풍 파이프를 통해 따뜻한 바람이 들어가는 구조다. 이 농장을 운영하는 강태욱 행복나눔영농조합법인 사무국장은 “연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난방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 좋고, 유류난방을 사용할 때 보다 환경오염도 적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발전소에서 버려지던 온배수가 농가의 신재생에너지로 주목 받고 있다. 12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농가에서 온배수를 활용할 경우 난방비는 최대 70~80% 절감되고, 온실가스는 재배면적 1만㎡당 약 2,000톤이 감축된다. 행복나눔영농조합법인도 온배수를 활용해 2011년 12월부터 작년 9월까지 5,308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톤당 1만원씩 총 5,308만원의 온실가스 감축 인센티브도 받았다. 난방비가 크게 절감되니 순이익도 대폭 늘었다. 지난 달 수확이 끝난 애플망고의 올해 매출 5억원 중 난방비, 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이익은 약 3억5,400만원. 유류난방을 이용했을 때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라고 했다.
시범사업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자 정부는 온배수 등을 활용한 에너지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2014년 3월 수열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미 농업을 넘어 수산업에서도 온배수를 적극 활용하는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온배수 활용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버려지는 온배수는 연간 약 286톤에 달하는데, 이 중 활용되는 건 0.6%에 불과한 실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아직은 기술개발 초기 단계”라며 “기술활용이 가능한 농장을 위주로 지속적으로 연구해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귀포=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