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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역사 40년 기록하고 떠나는 대법원 사진사 우형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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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역사 40년 기록하고 떠나는 대법원 사진사 우형근씨

입력
2016.06.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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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대법원 사진기록을 맡아온 우형근 사무관이 정년퇴직한다. 2002년 김용철(오른쪽) 전 대법원장과 기념촬영을 하는 우 사무관. 대법원 제공
40년간 대법원 사진기록을 맡아온 우형근 사무관이 정년퇴직한다. 2002년 김용철(오른쪽) 전 대법원장과 기념촬영을 하는 우 사무관. 대법원 제공

40년을 대법원과 함께 하며 사진으로 대법원 역사를 기록해온 우형근(60) 법원행정처 총무담당관실 사무관이 29일 정년퇴임한다. 우 사무관은 1976년 3월 대법원 사진실에 특채돼 민복기 전 대법원장부터 양승태 현 대법원장까지 10명의 대법원장을 가까이에서 겪었다.

우 사무관은 62년 대법원 사진실 원년 멤버로 활동한 아버지의 권유로 법원과 인연을 맺었다. 부친이 퇴임한 뒤 사진사 자리를 물려받았다. 대법원에서 그가 찍은 사진만 10만 장에 달한다. 대법원 청사 1601호에는 역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존영(尊影) 액자 123개가 빼곡히 걸려 있는데, 이중 95개가 우 사무관의 작품이다.

수많은 대법원장 중 유독 그의 기억에 남은 사람은 8대 유태흥, 9대 김용철, 12대 윤관 전 대법원장. “유 전 대법원장은 셔터 소리가 들리면 카메라를 의식해 자연스러운 장면을 포착하기 어려웠고, 김 전 대법원장은 취미가 사진촬영이어서 사진에 관해 박식했다”는 게 우 사무관의 기억이다.

우 사무관은 윤관 전 대법원장에 대한 고마움도 표시했다. 그는 “복도에서 직원들을 마주치면 먼저 인사를 건네는 분이었다”며 “저를 대법원으로 다시 불러준 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 사무관이 98년 한 언론사와 마찰을 빚어 사법연수원으로 좌천됐던 적이 있는데 퇴임을 앞둔 윤 전 대법원장이 우 사무관을 9개월 만에 대법원으로 복귀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대법원에서 다룰 판결이 산더미 같을 텐데 ‘대법원 사진은 우 사무관이 찍어야 한다’며 직원까지 챙기는 인품에 깊이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평생 카메라를 수족처럼 다룬 베테랑이지만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89년 서울법원종합청사 준공을 기념해 열린 역대 대법관 초청 송년 만찬장에서 갑자기 아날로그 카메라가 고장 났다. 그는 “곧장 뛰어 나가 택시를 타고 가장 먼저 보이는 사진관으로 가 신분증을 맡기고 카메라를 빌려왔다”며 “다행히 그 사이 촬영이 필요한 중요한 순간은 없었지만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세월과 함께 그가 다루는 카메라도 진화했다. 1970~80년대에는 롤라이플렉스(Rolleiflex)를 썼고, 이후 독일제 린호프 수퍼 테크니카(Linhof Super Technicka)로 업그레이드 됐다. 촬영한 사진은 암실에서 직접 현상도 하다가 2002년부터는 디지털 카메라로 바꿨다고 한다. 최근 활용한 사진기는 니콘 D4S.

우 사무관은 퇴임 후에는 자신을 위한 사진을 찍을 계획이다. 그는 “세상에는 아직 못 찍어본 사진이 많은 걸 실감했다”며 “이제는 스스로를 위한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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