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성남FC 공격수 티아고(23)는 지난 시즌 포항 스틸러스에서 사실상 방출 당했다. 4골에 그치며 시즌이 끝나고 재계약 불가를 통보 받은 것. 자존심이 잔뜩 상한 티아고를 김학범 성남FC 감독이 붙잡았다. 김 감독은 “장단점이 많은 선수다. 스피드와 슛, 두 가지만 보고 데려왔다. 장점을 살려주면 큰 활약을 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개막 전 “성남의 티아고를 주목해야 한다. 대형 사고를 칠 것이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12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을 찾은 1만 여명의 팬들은 티아고의 활약에 흠뻑 매료됐다.
그는 선두 전북 현대와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에서 0-0으로 팽팽히 맞선 후반 30분 왼발 프리킥으로 그물을 갈랐다. 30m 가까이 되는 먼 거리였지만 골은 빠르게 날아 골문 오른쪽 구석을 꿰뚫었다. 성남은 후반 38분과 46분 레오나르도(30)에게 연속골을 허용해 역전당하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티아고의 발이 또 불을 뿜었다 자신이 때린 슛을 권순태(32) 골키퍼가 쳐내가 재차 달려들어 기어이 득점으로 연결했다. 홈 팬들은 ‘티아고’의 이름을 부르며 열광했다. 티아고는 시즌 11골로 득점 선두를 굳게 지켰다.
경기는 2-2로 끝나며 전북은 7승6무(승점 27)로 선두와 무패 행진을 지켰다. 성남은 6승4무3패(승점 22)로 리그 4위를 유지했다.
성남의 최전방에 티아고가 있었다면 최후방에는 골키퍼 김동준(22)이 빛났다.
이날 비록 2골을 내줬지만 김동준의 선방은 눈부셨다. 전반 막판 이동국(35)의 발리슛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방어했고 후반 10분 고무열(26), 후반 13분 또 다시 이동국의 슛을 걷어냈다. 적장인 최강희 전북 감독도 “오늘 우리가 먼저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그걸 못 살려서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 시즌 앞두고 성남이 대어급 골키퍼를 1명 영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까지 골문을 지켰던 박준혁(29)이 군에 입대하면서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새내기 김동준에게 골문을 맡기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동준은 이날 자신이 왜 성남의 넘버 원 수문장인지 확실히 입증했다.
김동준은 올림픽대표팀 소속이다. 리우올림픽 엔트리는 18명인데 골키퍼 몫은 2자리. 그는 구성윤(22ㆍ콘사도레 삿포로)과 함께 리우로 갈 것이 확실하다. 남은 건 주전 경쟁. 최근에는 구성윤이 좀 더 신임을 받고 있는 구도다. 김동준은 아직 올림픽 주전 경쟁이 끝나지 않았음을 온 몸으로 보여줬다.
FC서울은 수원FC를 3-0으로 완파하고 8승2무3패(승점 26)로 2위를 탈환했다. 전남 드래곤즈와 포항은 득점 없이 비겼다. 전날인 11일에는 제주 유나이티드와 울산 현대가 광주FC와 상주 상무를 각각 3-2, 1-0으로 눌렀다. 수원 삼성과 인천 유나이티드는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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