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희귀 서적인 ‘주역참동계(周易參同契)’가 보물 지정 한 달여 만에 미술품 경매에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미술품 경매사 K옥션에 따르면 보물 제1900호인 주역참동계가 28일 열리는 K옥션 여름 경매 고미술 부문에 출품됐다. 추정가는 1억8,000만∼2억8,000만원이다.
주역참동계는 1441년 초주갑인자(初鑄甲寅字ㆍ1434년 갑인년 제조 활자)로 찍은 유일본으로, 조선 초 도가사상과 장례 풍속을 살펴볼 수 있는 두 권의 서적. 구텐베르크가 서양 최초 금속활자로 42행 성서를 찍어내기 전에 금속활자로 간행한 책이라 학술 가치가 높다. 원래 후한조 위백양(100∼170)이 지은 책으로, 도가의 심신수련 방식과 장생불로를 위해 복용하는 단약(丹藥) 제조법을 담은 도교의 중요 경전이다.
경매에 나온 책은 1998년 경기 양주군 장흥면에 있는 조선 관료 신언식(1519∼1582)의 무덤에서 복식과 함께 출토됐다. 책을 소유한 고령신씨 안협공파 종중회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관리를 위탁했고, 2013년 12월 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의 도교문화’ 특별전에서 공개됐다. 보존처리를 마친 뒤인 지난 4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5월 초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보호법에 국보,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의 매매를 제한하는 내용은 없다. 하지만 국가에 관리 위탁한 문화재를 보물 지정 후 바로 경매에 내놓아 소유자가 바뀌면 중요 문화재를 더 많은 사람들이 널리 향유하는데 제약이 될 수도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 소유자가 자금난 때문에 부득이 경매에 내놓는다고 들었다”며 “보물 지정 한 달여 만에 경매에 나와 씁쓸하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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