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란 무엇인가
카드뮴, 납, 중금속 등 유해물질 섞인 지름 10㎛ 이하 부유 물질
1급 발암물질에 폐질환 원인…실내에만 머문다고 차단되지 않아
인체 자정능력 있지만 2.5㎛ 이하 초미세먼지가 건강 큰 영향
지난 4월23일 서울 하늘은 미세먼지로 뿌옇게 뒤덮였다. 이날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일대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한 때 540㎍/㎥까지 치솟았다. 평균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미세먼지 농도는 81~150㎍/㎥ 사이일 경우 '나쁨', 150㎍/㎥ 이상일 경우 '매우나쁨' 단계로 예보된다. 대기 중 미세먼지의 평균 농도가 150㎍/㎥ 이상으로 2시간 넘게 지속될 경우 주의보를, 평균 농도가 300㎍/㎥ 이상이면 경보가 발령된다.
이날 서울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10㎍/㎥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50㎍/㎥)의 무려 4배에 달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세제곱미터(㎥) 당 마이크로그램(㎍)으로 평가한다. 즉, ㎥당 210만개의 미세먼지가 있다는 의미였다.
정상인을 기준으로 1분에 12번을 호흡한다고 가정했을 때 2520만개의 미세먼지를 마셨다고 볼 수 있다. 기상청은 외부출입 자제를 권고했다. 하지만 이날 전국에서는 주말을 맞아 각종 야외행사가 치러졌다.
미세먼지로 인해 국가가 비상에 걸렸다. 어느 사이엔가 미세먼지 예보는 비나 바람 같은 날씨예보와 함께 중요한 생활정보로 자리잡았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총 25일간(주의보 발령 횟수 건) 나빴다. 올해 들어서는 맑은 날이 거의 없었다고 할 정도로 서울 시내는 미세먼지로 가득했다. 갈수록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외출도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세먼지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입자다. 카드뮴, 납, 중금속, 비소, 탄화수소류 등 각종 유해물질이 섞인 대기 중 부유 물질이다. 중국의 산업화로 인한 중국발 미세먼지와 황사가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미세먼지 발생은 자동차·공장·가정 등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된 인위적 오염물질이 주요 원인이라는 게 최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방출되는 대기오염 원인이 주목받고 있다. 우선, 석탄·화력발전소와 정유소 굴뚝에서 내뿜는 오염 물질들이 한반도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나 불법 소각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힌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환경학과 이태형 교수는 "그동안 미세먼지가 중국에서만 오는 것으로 인식돼 왔는데 국내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5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우리 자체적으로 생산되는 미세먼지에 중국으로부터 전달되는 양이 더해지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만약 중국발 미세먼지만 있다면 지금처럼 나쁜 수준의 대기질을 형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세먼지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도 꼽힌다. 미세먼지는 사람이 숨 쉴 때 호흡기를 통해 폐에 침착된다. 한 번 몸 속으로 유입된 미세먼지는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아 각종 질환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폐와 혈중에 유입돼 면역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폐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아이와 노인, 임산부는 미세먼지에 노출 됐을 때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2013년 발표한 '초미세먼지의 건강영향 평가 및 관리정책연구' 보고서에서 서울의 경우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사망발생 위험이 0.44% 증가하고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사망발생위험이 0.95% 증가한다고 밝혔다. 사망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노출 차단은 실내에만 머문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 환경부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고등어를 지목한 것처럼 음식물을 조리할 때도 배출된다. 일례로 집 안에서 향초를 태울 때도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그만큼 입자가 매우 작은 미세먼지를 인위적으로 원천 차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교수는 "국민들이 미세먼지를 입자가 2.5㎛ 이하인 초미세먼지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인체에 해로운 것은 초미세먼지"라고 말했다.
그는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인류가 진화하면서 어느 정도 적응력을 키워왔고 충분히 자정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다만 지난 100년 사이 급증한 초미세먼지는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흡입하는 과정에서 기도를 통과해 페까지 넘어가면서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3일 경유차 감축을 골자로 한 '미세먼지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각종 혜택을 줄여 노후된 경유차를 줄이고, 친환경 차량 보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는 특정 부분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차원적인 문제가 아니라 다차원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미세먼지의 주요 요인들 가운데 어디서 어느 정도의 오염물질이 배출되는지 명확한 진단을 통해 어떤 게 주요 원인인지를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이 내려진 이후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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