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일간지가 자사 독자에게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을 배포해 이탈리아 총리와 유대인 공동채의 비판을 받았다.
밀라노 기반 보수 성향 일간지 ‘일 조르날레’는 11일(현지시간) 자사의 토요판 신문과 미국 언론인 윌리엄 시어러의 나치즘 역사서 ‘제3제국의 흥망성쇠’ 1편 구매자에게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을 무료로 제공했다.
일 조르날레는 ‘나의 투쟁’을 발간한 것이 “국가사회주의의 독성에 대한 진정한 해독제”라고 주장하며 출판을 정당화했다. 편집자 알레산드로 살루스티는 이 책에 이탈리아 역사학자 프란체스코 페르페티의 비판적인 주석이 붙어있다며 “악이 어디서 어떻게 탄생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 조르날레의 해명은 비판자들의 분노를 막지 못했다. 이탈리아 유대인공동체연합의 렌초 가테냐 회장은 “이번 일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로마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역시 “홀로코스트에 대해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다면 훨씬 훌륭한 책도 있다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이날 트위터에 “이탈리아 신문이 히틀러의 책을 발간한 것은 추잡한 일”이라고 적었다.
‘나의 투쟁’은 히틀러의 초국가주의, 반유대주의, 반공산주의 사상을 담고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로 이어지는 나치 독일 전쟁범죄의 사상적 기반이 됐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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