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 승인 거쳐 중국어선 단속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군이 나설 수밖에 없는 특수한 공간
통상 민간어선은 해경이 단속하나 불가피하게 군 병력 투입
정부가 10일 한강하구에서 불법 조업중인 중국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해병대를 포함한 군 병력을 투입하는 극약처방을 내놓자 일부에서 적법한 절차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민간 중국선박을 군용함정이 단속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통상 군부대가 아닌 해양경찰이 전면에 나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심지어 전쟁이 발발해도 민간인은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게 국제법상 확립된 규범이다.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정전협정에 따라 이뤄진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군이 단속을 펼친 곳은 남북이 마주하고 있는 ‘한강하구 중립수역’이라는 독특한 공간이다. 유엔군사령부가 관할하는 수역으로, 1953년 10월 체결한 정전협정 추가합의사항에 따라 질서 유지를 위해 배는 4척까지, 민정경찰은 24명까지 투입할 수 있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허가하면 민정경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남북으로 오갈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만조 때 물과 땅이 접촉하는 선을 기준으로 남북 각각 100m 안쪽까지의 수역은 서로 침범할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으로 보장했다.
한강하구 중립수역을 규율 하는 건 정전협정이 유일하다. 국방부는 정전협정을 철저히 준수하며 이번 단속에 나섰다. 유엔사와 사전 협의를 통해 작전권을 승인 받았고, 규정에 따라 민정경찰을 구성했다. 외교경로와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이해당사국인 중국과 북한에 단속의 불가피성을 사전 통보했다.
무엇보다 한강하구 중립수역은 군이 작전을 담당하는 군사통제구역이다. 군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는 중국어선들의 불법행위를 차단할 도리가 없다. 군 관계자는 “민간선박을 대상으로 하는 단속인지라 민정경찰에 해경요원들을 포함시켰지만, 어디까지나 군 본연의 임무”라고 말했다.
불가피한 경우 군이 민간 단속에 나서는 것 또한 일반 국제법상 확립된 원칙이다. 외국 어선이 침범하면 우선적으로 해경을 투입하지만, 역부족인 상황에서는 군이 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일반수역이 아닌 군사수역인 만큼 군 병력 투입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는 “중국어선의 불법행위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국가안보를 최종 책임지는 군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군 당국은 이처럼 단속의 명분을 갖췄지만, 혹시 모를 논란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유엔사 군정위 요원들을 단속에 참여시켰다. 또한 고속단정(RIB)에 유엔사 깃발을 달고 어디까지나 유엔 차원의 합동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관계라는 특수성을 제외하면 이번 단속이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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