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파동 원인 등 현안 외면, 계파청산 선언 이벤트에 초점
비공개 분임토의 시간엔 3ㆍ4선 의원들 간 물밑 협상
작심 발언 예고했던 김용태 “멱따는 소리도 못내는 양 같은 당”
새누리당이 10일 20대 국회 첫 의원 정책 워크숍을 개최했지만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논의와 물밑 거래에 치중하면서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거세다. 워크숍은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 외부 비대위원들까지 한데 모인 자리였지만, 혁신은커녕 4ㆍ13 총선 참패에 대한 진지한 성찰도 찾아볼 수 없었다. ‘계파청산 선언문’ 채택 같은 이벤트를 하면서, 불협화음을 막는다는 이유로 정작 내부쇄신 논의의 장은 봉쇄됐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새누리당은 이날 경기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다 함께 협치, 새롭게 혁신’을 캐치프레이즈로 연찬회를 겸한 정책워크숍을 개최했다. 워크숍은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라는 난제를 푼 뒤 열린 만큼 여러 현안을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향후 국회 운영 방안은 물론 총선 공천 파동의 원인 진단 및 탈당파 복당 문제, 차기 지도체제 개편을 포함한 당 쇄신방안 등 시급히 풀어야 할 당내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무성 전 대표와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 등도 모두 참석해 더욱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실제 워크숍은 여당 몫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3ㆍ4선 의원 간 신경전과 물밑 협상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워크숍 중간 비공개 분임토의는 상임위를 염두에 둔 조편성이 이뤄지면서 누가 상임위원장을 차지할지 정하는 내부 조율 시간으로 변질됐다. 워크숍마다 빠지지 않았던 정치분과는 편성조차 되지 않았다.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에 (총선 패배에 대해) 왜 진단을 하지 않느냐, 혁신 대상은 무엇이고, 방안은 무엇이냐를 물어야 하는데 (지도부가 논의를) 회피했다”고 꼬집었다.
행사 구성이 언로(言路)를 사실상 막아놓은 측면도 있지만, 그 동안 당 쇄신을 요구했던 비박계 의원들까지 침묵에 동조했다.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당내 다수파인 친박계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날 워크숍을 계기로 당 혁신에 관한 작심 발언을 예고했던 김용태 의원도 기자들의 현안 질문에 답변하는 ‘소극적’ 방식으로 입장을 표명했을 뿐이었다.
반대로 비박계가 총선 패배 책임자로 지목한 친박계 최경환 의원은 경제부총리 시절 대우조선해양 지원 논란에 관한 해명에만 전력했다. 최 의원은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지원이 청와대와 최 의원 등의 일방적 결정에 따른 것이란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 주장에 “채권단 협의를 거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름만 정책 워크숍이지 상임위원장 교통정리를 위한 자리다”, “무엇 때문에 거창하게 연찬회를 한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등의 자조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의원들은 워크숍 마지막 행사로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은 계파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며 계파해체 선언을 했다. 하지만 의원들 스스로 ‘말의 성찬’에 그칠 것이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당이 활력을 잃고 시들어 가는데도 지도부는 입을 다물라 하고, 소속 의원들도 그 말에 따라 숨죽이고 있다”며 “당이 총선 패배에 따른 외상보다 더 심각한 정신적 내상에 빠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용태 의원은 “양이 소나 돼지와 다른 점이 뭔지 아느냐. 멱따는 소리조차 내지 않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을 ‘순한 양’에 빗대 비판했다.
과천=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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