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재계 서열 5위인 롯데그룹의 비리에 칼을 빼어 들었다. 서울중앙지검은 10일 롯데그룹 본사와 핵심계열사, 신동빈 회장 자택 등에서 대대적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200명의 수사인력 동원 등 압수수색의 규모와 범위 등이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예고한다.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를 준비한다는 소문은 오래 전부터 돌았다. 롯데는 이명박 정부 5년간 계열사와 자산 총액이 각각 두 배로 느는 등 최대 수혜기업으로 꼽혀왔다. 이 과정에서 제2 롯데월드 인허가를 비롯해 부산 롯데월드 부지 불법 용도변경, 맥주 사업 진출, 면세점 운영사업 수주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혜의 이면에는 정치권 금품로비가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검찰이 “롯데 계열사간 자산거래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있다”고 밝힌 데서도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재벌의 횡령 등 고질적 기업비리와 정경유착 관행에 대해서는 철저히 사실을 밝혀 엄히 처벌해 마땅하다.
롯데는 지난해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물의를 빚었다. 불투명한 지배 구조가 도마에 올랐고 상당한 수준의 국부 유출이 이뤄진다는 의혹도 나왔다. 여기에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정운호 게이트에서 드러난 면세점 입점 의혹 등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이번 수사에서 사주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와 국부 유출 논란 등 경영 전반의 비리 의혹도 밝혀지길 기대한다.
다만 최근 검찰 수사를 둘러싼 이런저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롯데그룹 수사를 신호탄으로 다른 대기업과 정치권에 대한 본격적 사정드라이브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기업비리든 공직비리든 부정과 불법에 대해서는 법의 잣대에 따라 칼을 대야 하고, 거기에 어떤 성역이나 예외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이후의 정치적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등의 의도가 담겨서는 안될 일이다. 지난해 경남기업 수사에서 드러났듯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검찰 수사는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다. 특정 정치세력을 표적 삼아 하명에 따라 시작된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가 별 성과 없이 끝나 비난을 자초한 지가 바로 얼마 전이다. 이번 수사가 다시 ‘전 정권 손보기’ 시비에 휘말린다면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검찰이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혀왔듯, 기업 수사의 정도는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 수술이어야 한다. 어떤 경우든 수사에서 정치적 고려는 일절 배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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