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에 한때 뒤로 밀려
검찰이 사상 최대 규모인 240여명을 투입해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을 상대로 10일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대대적 수사에 착수한 배경과 시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 등의 검사 12명과 수사관, 대검 국가디지털포렌식 센터(NDCF) 요원 등 240여명을 동원했다. 이들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등 핵심 계열사 6곳과 신격호(94) 총괄회장의 롯데호텔 내 집무실과 서울 평창동 신동빈(61)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 총 17곳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했다.
이날 동원된 인원수는 역대 검찰 수사 중 가장 많다. 2006년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오락기 비리 의혹 수사에서 특별수사팀이 경품권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된 회사 19곳을 압수수색할 때 검사 10여명 등 230여명을 동원한 것이 종전까지는 가장 큰 규모였다. 지난 8일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대우조선해양 본사와 산업은행,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할 때는 150여명이, 2014년 철로 관련 납품과정의 민관 유착 비리를 파헤친 이른바 ‘철피아’ 수사 당시에는 120여명이 동원됐다. CJ그룹의 거액 탈세와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선 80여명이 압수수색에 나섰다. 한 특수통 검사는 “대기업 수사처럼 압수수색 대상이 많은 경우 보통 100명 안팎이 움직인다”며 “이번 수사에 대규모 인력을 동원한 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롯데그룹의 비리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소문은 진작부터 돌았다. 이미 2014년부터 계열사간 수상한 자금거래를 두고 내사가 진행됐다. 그러다 올 들어 롯데그룹의 비리 관련 첩보가 검찰에 쏟아졌다. 검찰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쌓인 관련 첩보와 3월 초 롯데홈쇼핑 인허가 연장 과정에 비리 의혹이 있다는 감사원의 수사 의뢰를 바탕으로 내사를 진행했다”며 “내사 중이던 3,4월에 롯데그룹 내부 사정과 관련해 추가적인 첩보가 상당수 입수됐다”고 말했다. 심상치 않은 첩보가 누적되자 검찰은 5월을 수사 착수 시점으로 계획했다.
발목을 잡은 건 예상치 못했던 정운호(51ㆍ구속)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 사건이었다. 정 대표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를 위해 신영자(74) 롯데복지ㆍ장학재단 이사장 측에 15억원 안팎의 뒷돈을 건넨 의혹이 불거져 롯데그룹 수사가 뒤로 밀렸다. 그러다 신 이사장에 대한 로비 창구로 활용된 B사가 수사를 앞두고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한 사실이 드러났고, 동시에 롯데도 그룹 차원에서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첩보가 검찰에 접수돼 결국 수사 착수로 이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더 이상 늦춰서는 수사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해 9일 영장을 청구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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