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공동관리(조건부 자율협약) 중인 현대상선이 회생의 최대 난관인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재조정 협상 타결을 10일 공식 발표했다. 협상 결과를 수용하기로 한 채권단도 “현대상선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해운사가 선주들을 상대로 용선료 협상에 성공한 것은 해운업계 초유의 사건이다. 2014년 이스라엘 짐(ZIM)사의 전례가 있지만 당시 짐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어서 정상적인 기업이 아니었고, 용선료 재조정도 컨테이너선 선주들에 국한됐었다.
반면 현대상선은 올해 2월부터 컨테이너선 선주 5곳은 물론 벌크선 선주 17곳과 동시에 각개전투식 협상을 벌여 용선료 재조정에 성공했다. 컨테이너선 선주들은 20%, 벌크선 선주들은 25%가량 낮추는 선에서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 당초 목표로 잡은 28.4% 인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자율협약에 들어간 기업이 용선료 재조정을 이끌어낸 첫 사례로 기록됐다.
현대상선은 앞으로 3년 6개월간 지불해야 할 용선료 2조5,000억원 중 약 5,300억원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거나 장기채권으로 지급할 수 있게 됐다. 금액 자체를 깎은 것은 아니지만 5,300억원 상당의 현금 지출이 줄어 유동성이 대폭 개선되는 효과를 얻게 됐다.
현대증권 매각으로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700%대로 하락했고, 용선료 재조정과 채권자들의 출자전환이 완료되면 400% 이하로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정부 ‘선박 펀드’ 지원으로 초대형ㆍ고효율 컨테이너선을 만들어 선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경영정상화에 성큼 다가간 현대상선은 내년 4월 출범하는 새로운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추가 승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동맹을 주도하는 독일의 하팍로이드는 현대상선과 20년 가까이 긴밀히 협력한 선사로, 이미 현대상선 지원 의사를 밝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디 얼라이언스에 조속히 가입하기 위해 회원사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채권단도 현대상선이 어려움 속에서 일단 돌파구를 뚫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해운동맹 가입도 희망적이라 현 상황만 놓고 보면 다시 일어설 기반은 갖춰졌다”고 평가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