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가방 사건’으로 한때 불편한 관계였던 장하나(24ㆍBC카드)와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가 올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에서 같은 조에서 경기를 펼쳤다. 이들은 서로의 샷에 박수를 보내는 등 불화가 일단락됐음을 보여줬다.
장하나와 전인지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 인근 새머미시의 사할리 골프장(파 71ㆍ6,624야드) 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1라운드를 한 조로 시작했다. ‘공항 가방 사건’이란 지난 3월 싱가포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를 앞두고 장하나의 아버지가 싱가포르 공항 에스컬레이터에서 놓친 가방에 전인지가부딪혀 허리 부상으로 한 달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것을 가리킨다. 당시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비화돼 장하나 역시 스트레스를 받아 한달 간 필드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다가 3개월 만에 녹색 그린에서 정면으로 마주친 것이다.
사연을 잘 아는 시애틀 거주 재미동포는 물론 한국에서 건너온 팬들이 두 선수를 열심히 쫓아다녔다. 장하나를 응원하는 팬들은 후원업체인 BC카드 빨간색 우산을 쓰고 선수를 따라다녔다. 전인지의 애칭인 ‘덤보’를 붙여 ‘팀 덤보’라는 노란색 모자와 전인지의 사진이 담긴 깃발을 흔드는 팬도 눈에 띄었다.
경기 시작에 맞춰 두 선수가 등장하자 갈채가 쏟아졌다. 장하나가 전인지에게 공을 보이면서 뭔가를 묻자 전인지가 곧바로 답했다. 물어보는 장하나나 대답하는 전인지 모두 어색하거나 찡그린 얼굴은 아니었다.
대회 관계자가 티샷 순서에 따라 장하나를 먼저 부르자 전인지는 미소를 띤 얼굴로 언니의 선전을 기원했다. 전인지는 정면을 응시하고 장하나의 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조용히 지켜봤다. 장하나 측의 한 관계자는 “두 선수가 대회 전에 당연히 화해했다”면서 “원래 친한 관계이고 두 부모님끼리도 잘 아는 사이”라며 불화가 일단락됐다고 귀띔했다.
앞 조의 경기가 길어지자 두 선수는 11번 홀 벤치에서 잠시 캐디와 얘기를 나누며 긴장을 풀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전인지의 완승이었다. 전인지는 이븐파 71타를 쳐 공동 10위에 올랐다. 전인지는 전반에 버디를 3개 잡았지만 더블보기 1개로 1타를 줄이는데 그쳤고, 후반들어 버디 1개, 보기 2개로 스코어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반면 한달 이상 그린에 나타나지 않은 장하나는 샷 감각이 무뎌진 탓인지 버디는 1개에 그치고 보기를 4개나 범해 3오버파 74타를 쳐 공동 50위권에 머물렀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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