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심재걸] 2년이 걸렸다.
2014년 SBS 'K팝스타4'로 대중과 평단의 귀를 사로잡았던 이진아가 본격적으로 메이저 시장에 발을 내밀기 위힌 담금질 시간이었다. 오디션 방송 당시 '뚝딱'하고 만든 자작곡이 각종 차트를 휩쓸었던 위력에 비하면 꽤 긴 준비였다.
이진아는 안테나뮤직에서 보낸 2년을 돌아보며 "무척 좋았다"고 표현했지만 이면에는 말 못할 고뇌가 있었다. 높아진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 그로 인해 꼬여가는 곡 작업, 훌쩍 흘러가버린 시간 속에 잊히고 있다는 두려움. 오디션 스타에서 그렇게 첫 걸음마를 떼기까지 뼈를 깎는 고통이 동반됐다.
해결사는 유희열이었다.
안테나뮤직에서 유희열은 '무늬만 수장'이 아니었다. 가수나 스태프들이 기획한 아이디어를 결제만 하는 인사가 아니었다. 특히 'K팝스타'를 통해 인연을 맺은 이진아, 샘김, 이수정 등과 관련된 일에선 더욱 그랬다. 앨범 전체의 컨셉트는 물론 작곡 과정, 아티스트로서 나아갈 큰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창의력을 나눴다. 음악하는 선배이자 스승이고 멘토를 자처했다.
이진아에게는 갇혔던 사고를 뚫어주는 역할을 했다. 행여나 본연의 색깔이 흔들리지 않도록 차분히 순서를 지켰다. 처음부터 땡볕에 있는 제자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스승이 아니라 스스로 찾도록 유도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9일 취재진 앞에서 이진아의 첫 프로젝트를 공개하는 자리에서도 그러한 유형은 잘 나타났다. 이진아가 작업 과정을 주도적으로 설명하도록 자리를 마련했고 끝무렵에나 유희열이 구원투수처럼 나타나 숨은 애환을 덧붙였다.
"이진아는 연주하는 손, 음악적 어법이 대단한 친구다. 하지만 자신이 해왔던 정도에 안주하는 모습이 보였다. 부모의 마음으로 봤을때 '내가 너 정도로 손이 돌아가면 진짜 세계에서 무시무시한 음악가로서 하고 싶은 것 다 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될 친구인데 작은 세계에서만 맴돌려고 할까. 그 벽을 깨는 첫 번째 작품이다. 2년을 기다리며 마음이 열리는 것을 봤다. 그런 과정이 오래걸렸다."
그렇게 탄생된 신곡 '배불러'는 이진아가 작사, 작곡하고 유희열이 편곡한 팝재즈곡이다. 짝사랑에 빠진 사람을 생각만해도 배부른 심정을 이진아 화법으로 풀었다. "멜로디는 동요같지만 MR만 들으면 훌륭한 재즈팝"이라고 유희열은 소개했다. 실제로 재즈 베이스에 가요에선 좀처럼 듣기 힘든 과감하고 다양한 악기 편성이 인상적이다.
이진아의 음악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진아 식당'이라는 타이틀로 올 해 세 장의 싱글을 내놓을 계획이다. 음악을 마치 코스별 요리로 비유한 프로젝트다. 10일 발매된 신곡 '배불러'는 '애피타이저'라고 하는데, 메인요리를 먹기 전에 이미 배가 부르게 생겼다.
사진=안테나뮤직 제공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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