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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소송 참여하면 수리 못해준다는 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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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소송 참여하면 수리 못해준다는 건설사

입력
2016.06.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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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하자보수 신청했더니

입주민 손해배상소송 불참 요구

보상비용 줄이고 수리 미루려

업체 측이 주민 갈등 부추겨

아파트 공급 만큼 분쟁도 늘어

서울 강서구 H아파트 주민 A(54ㆍ여)씨는 지난해 겨울 보일러를 땐 뒤 마루바닥이 꺼지는 현상이 나타나자 시공사인 H건설사 AS센터에 하자보수를 신청했다. 하지만 H사는 올해 3월 말 아파트 입주민대표회가 서울중앙지법에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소송에서 빠지면 고쳐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마루 패임이 심해져 걱정하던 A씨는 고심 끝에 소송을 포기했고, 추후 소송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까지 제출했다. A씨는 9일 “소송을 포기했는데도 시공사 측은 사람을 한 번 보냈을 뿐, 공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업체 회유로 소송을 철회한 쪽과 강행 쪽 주민들 사이에 앙금이 쌓여 아파트 분위기만 나빠졌다”고 푸념했다.

아파트 입주민과 건설사 간 하자보수를 둘러싼 분쟁이 증가하면서 주민 갈등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일부 건설사들이 하자보수 소송에 참여하지 않는 세대를 교묘히 우대하면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H아파트 주민들도 하자보수를 거부하는 H사를 법원에 제소한 직후 건설사가 ‘소송 미참여 세대는 지속적으로 하자 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두 편으로 갈렸다. 3개월에 걸친 의견수렴 끝에 애초 1,900여 세대가 소송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H사가 돌연 이런 규정을 통보하자 350여 세대가 소송에서 빠졌다. 최근에는 ‘주민들 불편을 외면하고 소송을 강행하려 한다’며 입주민대표회 회장을 비방하는 전단이 여러 세대에 전달돼 주민들끼리 언성을 높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H사는 비용 중복 부담 등을 이유로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H사 관계자는 “소송 참여 세대에 보수 공사를 진행하면 비용이 이중청구 될 수 있어 조건을 내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자보수 비용은 물론, 회사가 패소할 경우 배상까지 해야 해 이중부담을 질 수 있다는 논리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시공사 측이 소송 보상비용을 줄이거나 지연시키기 위해 주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는 “건설사가 보수한 부분은 하자소송감정가액에서 제외될 여지가 커 고쳐주는 편이 나은데도 비용을 더 줄이려 아예 소송불참을 유도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 건설ㆍ부동산 전문 변호사도 “아파트 하자 항목 당 보수책임기간은 2,3년이 대부분이어서 해당 시한을 넘기도록 시공사가 시간끌기 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H사는 소송에서 빠진 세대의 하자보수 처리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주민 B(58)씨는 “4월 소송을 철회했으나 업체 측이 고장 난 전열기를 언제 고쳐준다는 답을 주지 않아 자비로 수리를 끝냈다”고 말했다.

주민간 하자보수 분쟁은 H아파트 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입주민대표회는 G건설사를 상대로 2013년 제기한 하자보수 소송을 지금껏 이어가고 있다. 경기 동두천의 B아파트 역시 분양전환 승인 전후 아파트 하자 처리를 놓고 주민들끼리 입장이 갈려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 69건이었던 하자심사ㆍ분쟁 조정 접수 건수는 매년 늘어 지난해에는 4,244건에 달했다.

아파트 하자보수 문제가 갈등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은 하자 판정 및 보상에 관한 법령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파트 공급이 급증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자 국토부는 지난해 하자발생과 시공사의 담보책임적용 기간을 세분화해 관련 고시를 개정했으나 처벌 규정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은 입주자들이 품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는 만큼 설계도에 따라 제대로 공사가 진행되는지 감시하는 감리제도가 정밀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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