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문화 여가 어우러진 대전 랜드마크 건설

엑스포 과학공원 재창조 조감도 모습. 앞쪽에는 쇼핑과 과학시설 중심의 43층 규모 사이언스콤플렉스가 들어서고 중간 부분은 기초과학연구원이 건립된다. 엑스포기념시설은 오른쪽 한빛탑을 중심으로 일부 전시관을 살려 보존된다. 대전시 제공

지난 8일 1993년 개최된 대전엑스포의 상징 한빛탑에서 내려다 본 대전 유성구 도룡동 대전엑스포 과학공원은 어수선하기 그지 없었다. 과학공원을 가득 채웠던 전시관들이 대부분 사라졌고 멀리 중앙과학관쪽으로 HD드라마 타운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한빛탑 인근 담으로 둘러싸인 기초과학연구원(IBS) 부지는 이달 말 착공을 앞두고 맨땅을 드러내고 있다.

23년 전 대전의 발전을 획기적으로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전엑스포 과학공원이재창조 작업을 통해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 발전 견인차 대전엑스포

1993년 8월 대전에는 사람이 넘쳐났다. 8월7일부터 11월7일까지 열린 대전엑스포 행사장에는 한여름 뙤약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내외 전시관마다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국제 공인을 받은 대전엑스포는 직할시(지금은 광역시)로 승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방 도시 대전을 과학도시로 국내외에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대전엑스포는 ‘새로운 도약의 길’이라는 주제아래 전통기술과 과학의 조화,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재활용 이라는 부제로 대덕 연구단지 도룡지구 90만2,000㎡에서 개최했으며, 108개국가 33개 국제기구가 참여했다. 행사기간동안 총 관람인원은 1,400여만명으로 하루평균 15만6,000여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대전엑스포는 국가적으로는 물론 대전에도 경제적 파급효과가 컸다. 대전은 엑스포 개최로 도로건설, 도시환경정비 등 기반시설이 크게 확충되었으며, 과학기술 대중화와 함께 대덕 연구단지가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메가라는 점을 국내외에 각인시켰다. 일부에서는 엑스포 개최로 대전의 발전을 최소한 10년은 앞당겼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돈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전시관

철거되기 전 엑스포 과학공원 모습. 1993년 대전엑스포 후 남겨진 상설전시관 등을 기반으로 엑스포과학공원으로 문을 열었으나 적자가 누적되며 일부 시설만 남기고 공공 및 상업시설로 변신하는 운명을 맞게 됐다. 대전시 제공

대규모 국제 행사를 치른 후에는 남은 시설을 어떻게 경제성을 유지하며 관리해 나갈 것인가가 과제다. 엑스포 과학공원은 행사 후 상설전시관을 중심으로 1994년 8월 7일 개장했다. 정부가 설립한 엑스포기념재단이 기념사업 등을 담당하고 상설 전시관 등 수익사업은 민간업체에 맡기는 이원체제로 운영했다.

그러나 영상과 전시관 등 수익성 없는 공공시설 중심 운영과 새로운 콘텐츠 공급 부족으로 적자가 누적되자 민간업체가 손을 떼면서 기념재단이 운영까지 떠맡게 됐다.

누적되는 적자에 정부는 해당 부지 매각을 추진했으나 엑스포 상징성을 살려야 한다는 여론에 부딪쳐 무산되자 1999년 대전시에 무상으로 넘겼다. 소유권이 대전시로 넘어온 것이다. 대전시는 엑스포과학공원 공사를 설립하여 운영에 나섰지만 역시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2008년 4월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로부터 법인 청산명령을 받기에 이르렀다.

재창조 사업 프로젝트 가동

전시관이 철거된 엑스포과학공원 기초과학연구원 부지 모습. 이달 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핵심 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 건립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전시 제공

발등의 불이 떨어진 대전시는 엑스포과학공원 재창조 작업을 서둘렀다. 전담조직을 만들어 국책사업을 포함하여 외국영화사 등 외국자본 유치에 나섰지만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엑스포 재창조 사업의 관건은 1993년 엑스포의 주제였던 ‘과학’을 어느 정도 유지하느냐는 것이었다. 과학을 고집할수록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어 투자유치가 어려웠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적자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 할 수 있는 상업시설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노른자위 땅을 재벌기업의 돈벌이에 내어 준다는 시민들의 반대도 만만찮았다.

대전시가 처음 시도한 것은 롯데복합테마파크 유치였다. 쇼핑시설과 놀이시설이 결합된 잠실 롯데월드처럼 복합테마파크를 건설키로 하고 2012년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일부 시민들이 “롯데월드 같은 놀이시설은 엑스포 과학공원의 상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반대했다. 게다가 대규모 쇼핑몰 건설에 대한 지역 상인들의 반발도 컸다. 결국 롯데복합테마파크를 추진하던 염홍철 시장이 민선 5기 임기 만료와 함께 결정을 차기 시장에게 미루면서 롯데 민자유치는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전환의 계기를 마련한 것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었다. 기초과학 연구환경 조성과 비즈니스 융합기반 마련을 위해 추진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은 세종시 수정안과 얽혀 표류하다 2011년 11월 대덕연구개발특구내 둔곡ㆍ신동 지역을 거점지구로 선정하고 과학벨트 사업의 핵심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을 대전엑스포과학공원 부지에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대전시도 이에 맞춰 부지 일부에 신세계그룹과 손잡고 과학과 쇼핑이 어우러진 사이언스콤플렉스를 건설하기로 합의하며 재창조 사업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대전의 랜드마크 43층 건물 조성

엑스포 재창조 사업은 연면적 59만2,492㎡에 2021년까지 총 사업비 1조4,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대전시는 지역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조성을 목표로 과학과 교육, 체험, 문화 등이 어우러진 재미있는 공간과 대덕특구내 연구자들과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이는 융복합 커뮤니티 장소로 만들어 간다는 의지다.

사업은 1993년 엑스포 행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일부를 엑스포 기념존으로 존치하고 기초과학연구원존, HD드라마타운을 중심으로 한 첨단영상산업존, 국제전시컨벤션존, 쇼핑 등이 어우러진 사이언스콤플렉스존 등 5개구역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지역 랜드마크로 건설될 사이언스콤플렉스는 5만1,600여㎡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43층 규모로 건립되며 민자시설(사이언스콤플렉스)과 공공시설인 사이언스센터가 함께 입주한다. 사이언스센터는 벤처ㆍ창업공간과 첨단기업 입주공간, 연구소기업 유치공간으로 조성된다.

민자시설에는 전망타워와 사이언스몰 등 쇼핑시설, 사이언스홀과 사이언스광장 등 과학문화시설, 옥상정원, 스마트프라자 시설 등이 들어선다.

글로벌 기초과학 연구거점으로 건립되는 기초과학연구원은 26만㎡ 부지에 들어선다. 국비 3,268억원이 투입돼 최첨단 연구공간과 편의시설 공간이 조화된 세계적 수준의 연구거점시설로, 연구자간 자유로운 소통과 긴밀한 네트워킹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다.

부지내에는 특허센터와 과학도서관도 들어서 과학자는 물론 시민들, 특히 아동, 청소년들에게 과학과 문화가 어우러진 커뮤니티 공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HD드라마타운은 대형스튜디오 등 첨단 콘텐츠 제작 인프라를 집적화해 콘텐츠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고 한류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 대전시가 30년동안 무상으로 부지를 제공해 건설된다. 지난해 4월 공사에 들어가 내년 6월 완공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대규모 영상물 제작에 필요한 중대형 스튜디오 4실과 수술실, 법정 등 특수시설, 다목적 야외 오픈촬영장, 미술실 등을 갖추게 된다. 대전시는 HD드라마 타운과 대덕특구내 출연기관의 첨단 연구기술을 연계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엑스포 재창조 사업은 그 동안 시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의 하나였다”며 “과학과 관광, 쇼핑 등 공공과 민간이 어우러지는 융복합시설을 건립해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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