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주형환 장관 잇따라
철강 업종 구조조정 시급성 강조
자발적 사업구조 개편 진행에도
보호무역 등 글로벌 환경 더 악화
컨설팅社에 공급과잉 분석 의뢰
기활법 적용 등 개혁 속도 낼 듯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한 목소리로 철강 산업 구조조정의 절박성을 강조했다. 조선업과 해운업에 이어 철강 업종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국철강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권 회장은 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17회 철의 날 기념식에서 “현재 팀을 따로 꾸려 구조조정 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경쟁력 없는 부문이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 철강 업계는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철강 업계는 강력한 구조 개혁으로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 회장은 이어 “한국 철강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조 고도화를 통해 체질을 강화하고 기술 혁신을 통해 세계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념식에 참석한 주 장관도 “국내 철강 산업은 글로벌 공급과잉, 전방 산업의 수요 정체, 보호 무역주의 확산, 환경규제강화 등으로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며 “더욱 강력해질 세계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비핵심 부문을 과감히 털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선제적 사업구조 개편과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사실 철강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은 시작된 지 오래다. 맏형 격인 포스코는 지난해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매각한 것을 비롯 국내외 34개 계열사를 정리하며 고강도 경영쇄신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도 35개 계열사를 팔거나 청산할 방침이다. 업계 2위인 현대제철도 지난해 포항공장 철근 라인을 폐쇄하는 등 자동차 강판 같은 수익성 높은 분야로 사업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매각한 동국제강도 계열사 국제종합기계 정리 작업을 추진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환경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세계 2위 시장인 미국이 보호무역 강화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미국 상무부(DOC)는 최근 중국산 냉연강판과 내부식성 철강제품(도금판재류)에 각각 522%와 451%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산 내부식성 철강제품에도 최대 48%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철강협회는 이미 우리나라 철강업의 공급과잉 관련 보고서를 보스턴컨설팅 그룹에 의뢰한 상태다. 이르면 다음달 보고서 진단 결과가 나오는 대로 8월 시행 예정인 ‘기업활력제고를위한특별법’(기활법) 적용 여부도 살필 계획이다. 기활법은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에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규제를 한 번에 풀어주고 세제·자금 등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주 장관은 “기활법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인 사업재편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이순형 세아제강 회장, 김창수 동부제철 사장, 등 철강업계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철의 날은 우리나라 현대식 용광로에서 첫 쇳물이 생산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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