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회 노선 뒷받침하는 조직, 인사 개편 등 후속조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직책 변경 여부도 관심
북한이 우리나라로 치면 국회와 비슷한 ‘최고인민회의’를 오는 29일 평양에서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최고인민회의는 형식적 역할만 보면 우리 국회와 비슷하지만, 실질적으론 노동당이 결정한 사안을 뒷받침하는 하부 기구에 불과하다. 때문에 정부 당국은 이번 회의를 제7차 당 대회에서 제시된 노선과 이념을 구체화하는 후속조치 성격이라고 보고 있다. 김정은 체제의 ‘틀’을 구축해나가기 위한 일종의 기초공사 작업인 셈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의는 지난 7일 (제13기 4차) 인민회의 소집 결정을 발표했다”면서 개최 날짜를 공표한 뒤 “대의원등록은 6월 27일과 28일에 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북한은 당 대회 이후 조직과 인사, 정책에 대한 행정적 뒷받침을 위해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왔다. 당 대회에서 북한이 나아갈 방향과 노선 등 총론을 제시했다면, 최고인민회의에선 이를 구현할 최적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각론 정비에 나서는 것이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도 국방위원회 등 조직 개편과 각종 내각 인사 조치가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의 관전포인트로 국방위원회 위상 변화, 이와 함께 국방위 제1위원장 직을 겸하고 있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직책 변경 여부를 꼽았다.
먼저 김정일 시대 선군 정치의 산실이었던 ‘국방위원회’를 김정은 위원장이 어느 정도로 손 댈지 여부가 관건이다. 국방위 조직 개편은 김 위원장의 새로운 직책과도 맞물려 있는 만큼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당대회에서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을 기존 17명(김정은 위원장 포함)에서 12명으로 줄이고 작전계통의 군사지휘관을 위원에서 제외시키는 대신 박봉주 내각 총리 등을 포함시켰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를 두고 “선군 정치 물 빼기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왔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에도 국방위 기능을 약화시키는 가시적 조치들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통일전략연구실장은 구체적으로 ▦기존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등 이미 권력 핵심에서 물러난 인사를 불러들여 유명무실하게 만들거나 ▦국방위를 군사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당 중앙군사위원회과 일치시키는 방안 ▦중앙인민위원회를 부활하거나, 정무위원회를 신설해, 국방위를 산하기구로 내려 보내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김 위원장의 직책과 관련해서 양무진 교수는 “당 대회 때처럼 새로운 조직, 이를테면 정무위 등을 신설해 ‘위원장’ 칭호를 또 만들 수 있고, 아니면 국방위 자체를 ‘국가최고국방회의’ 등으로 이름을 변경해 자신이 ‘의장’자리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은 헌법 서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영원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이라 명시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아버지를 제치고 국방위원장 직책을 차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의 단순한 직책 변경 보다, 조직 개편을 통한 국방위 위상 변화, 이에 따른 당과 군의 역학관계 등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최고인민회의에선 김 위원장이 당 대회 때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 좀 더 구체적인 ‘계획’으로 발표될 수 있다. 농촌, 광업 등 분야별 달성 목표치를 제시하는 식이다.
내각 부총리 등 국가 기관 주요 장(長)들의 인사도 단행될 수 있다. 그러나 당 대회 때 대대적인 물갈이가 없었던 만큼 이번에도 세대교체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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