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시 사패산 등산로에서 숨진 50대 여성이 목 졸려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서울 수락산‘김학봉 사건’ 10여일 만에 등산로에서 또다시 강력 사건이 발생, 나 홀로 등산객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전날 숨진 채 발견된 정모(55ㆍ여)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목 졸림(경부 압박)’에 의해 질식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9일 밝혔다.
또 충격에 의한 머리 손상(지주막하 출혈)과 팔, 다리, 몸통 등 전신에 외부 힘으로 인한 타박상이 관찰됐다. 둔기가 아닌 손 또는 발에 의해 머리에 먼저 손상을 입은 뒤 목 졸림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왔다.
성폭행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정씨는 지난 8일 오전 7시10분쯤 의정부시 사패산 8부 능선 호암사로부터 100여ｍ 떨어진 지점에서 돗자리 위에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상의와 하의 일부가 벗겨진 상태였다.
정씨는 전날인 7일 낮 12시27분쯤 의정부역 근처 마트에서 혼자 막걸리 등을 구입한 뒤 산행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행자는 없었다. 20여분 전쯤 산행을 함께 하기로 했던 친척을 만났으나 사정이 생겨 홀로 산에 올랐다.
정씨는 이날 낮 12시49분쯤 의정부예술의전당 쪽으로 등산을 시작, 2시간여 뒤인 오후 2시30분쯤 지인에게 휴대전화로‘혼자 산에 왔다’는 글과 함께 음식 사진을 전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30분 뒤 ‘왜 혼자 갔느냐’는 지인의 질문에는 답이 없었다. 범행은 이 사이 이뤄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은 정씨의 시신에서 타살 흔적이 나오자 54명으로 전담반을 꾸려 등산로 입구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는 등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씨가 살해되기 전 강도를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가 산에 오르기 전 마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주변 인물에 대한 원한 및 금전 관계, 동종 전과자, 우범자, 정신이상자 등에 대해서도 폭넓게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에서도 60대 여성이 김학봉(61)씨에게 살해된바 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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